삼성생명 “삼성카드에 1兆 출자”

  • 입력 2003년 12월 20일 07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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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이 삼성캐피탈을 흡수 합병하는 삼성카드에 1조원을 출자(出資)해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서를 19일 금융감독위원회에 제출했다.

삼성생명은 삼성카드를 자회사로 둠으로써 삼성그룹의 금융지주회사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윤용로(尹庸老) 금감위 감독정책2국장은 “내년 2월 삼성카드와 삼성캐피탈 합병 후 실시하게 될 유상증자에서 삼성생명이 단독으로 참여해 1조원가량을 출자하겠다는 계획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삼성생명과 삼성카드는 금감위측에 현재 삼성카드의 대주주인 삼성전자(57%) 삼성전기(22%) 삼성물산(9%) 등은 이번 증자에서 빠질 것이라고 밝혔다.

고승범(高承範) 금감위 비은행감독과장은 “삼성전자가 삼성카드의 대주주로 계속 남아있기보다는 삼성생명이 삼성카드를 자회사로 둠으로써 금융 계열의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삼성그룹에서 판단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또 고 과장은 “삼성생명과 삼성카드가 증자 계획서를 제출하면서 삼성생명이 앞으로 삼성그룹의 금융지주회사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고 덧붙였다.

금융권에서는 삼성생명이 비상장회사이기 때문에 삼성전자나 삼성전기와 달리 외국인 주주 등의 ‘감시’에서 자유로워 이번 증자 대금을 거의 떠안게 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보험업법에는 보험사가 총 자산의 3%까지만 계열사에 투자하게 되어 있어 현재 총 자산이 67조원인 삼성생명의 경우 2조원(취득원가 기준)까지 계열사에 투자할 수 있다.

고준호 삼성생명 홍보부장은 “현재 1조5000억원의 계열사 주식과 회사채 등을 갖고 있어 5000억원가량 추가 출자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은 나머지 5000억원은 기존에 보유한 계열사 주식을 매각하는 방법 등으로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금감위에 전달했다.

금감위의 윤 국장은 “삼성생명이 삼성카드의 대주주가 되겠다는 계획은 금융업에 미칠 영향이 크기 때문에 관련 법령과 규정을 면밀히 검토해야 하며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며 “삼성전자와 전기가 일부 증자에 참여하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박현진기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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