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불법대선자금 수사]현대車도 ‘車떼기’

  • 입력 2003년 12월 12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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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에 이어 현대자동차도 한나라당에 불법 대선자금을 ‘차떼기’로 전달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한나라당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검찰은 형평성 시비를 불식시키기 위해 지난해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 캠프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어서 대선자금 수사는 다음주부터 연말까지 절정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도 ‘차떼기’=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의 법률고문을 지낸 서정우 변호사(구속)는 대선을 한 달여 앞둔 지난해 11월 초 고교 후배인 최모 현대차 부사장에게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최 부사장은 이 사실을 김동진(金東晉) 현대차 부회장에게 보고했고, 김 부회장은 현대차의 돈줄 역할을 하던 현대캐피탈의 이상기(李相起) 당시 사장에게 자금 마련을 지시했다.

현대측은 현대캐피탈 사옥 지하 4층 창고에 보관 중이던 100억원을 2억원과 1억원이 각각 들어가는 사과박스 20개와 60개에 나눠 담아 스타렉스 승합차에 실었다.

최 부사장은 11월 중순경 서울 서초구 청계산 주차장에서 현대캐피탈 직원이 몰고온 스타렉스 승합차를 넘겨받아 경부고속도로 만남의 광장으로 가져간 뒤 서 변호사에게 차와 열쇠를 넘겼다.

두 차례로 나눠 돈을 전달한 이유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들은 검찰에서 “더 큰 차를 이용할 경우 눈에 띄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진술했다.

한나라당은 4대 기업에서 받은 돈을 최돈웅 당 재정위원장 사무실에 보관했으나 공간이 모자라서 일부는 이재현 전 재정국장의 사무실에도 보관했다는 관련자 진술도 확보했다.

▽수사 전망=4대 재벌이 한나라당에 모두 502억원에 이르는 불법대선자금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검찰은 앞으로 돈의 구체적인 전달 경위와 출처, 사용처 규명에 본격 나설 계획이다.

검찰은 “서 변호사가 그동안 조사된 부분만 시인을 하고 있다”면서 최돈웅 의원 등 한나라당의 대선 자금 관련 인사와 4대 기업 외의 다른 기업도 계속 조사하겠다고 밝혀 한나라당의 불법 대선자금의 규모는 더 늘어날 수 있다.

특히 한나라당의 자금 사용처 조사에서 기업 비자금이 이회창 전 후보의 대선 사조직 등으로 흘러간 단서가 포착될 경우 이 전 후보의 소환 조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한나라당에 돈을 건넨 기업들은 대부분 자금의 출처를 대주주의 개인 돈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검찰은 소액주주들의 소송 등 회사측의 책임을 피하기 위한 변명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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