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증권 노근환 "증권가 새 기업분석 시스템 절실"

  • 입력 2003년 11월 30일 17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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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증시에서는 LG카드 유동성 문제를 계기로 증권사의 기업분석 시스템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LG카드의 부실에도 불구하고 높은 목표주가를 내놨던 애널리스트들의 보고서가 “근거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 기업 가치를 제대로 분석, 전망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직관뿐 아니라 짜여진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시점이다.

동원증권 기업분석팀 노근환 연구위원(39·사진)은 3개월째 회사의 기업실적 추정 및 가치 산정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만 전담하고 있다.

그는 8월 말 동양종금증권 리서치센터를 이끌던 ‘헤드(head)’ 자리를 박차고 나온 뒤 직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연구위원을 자청해 화제를 모았던 인물. 말 못할 고민도 많았지만 “매니저급에서 조로(早老)하기 싫고 전문성을 더 쌓고 싶다”는 것이 그가 밝힌 이유였다.

그는 당시 동원증권이 “기업분석 모델을 새롭게 짜 달라”며 내놓은 채용 제의를 받아들였다. 현재 사용되는 시스템은 데이터 활용의 유연성이 떨어지는 등 불편한 점이 내부에서 지적돼 왔다.

“현재 증권가에는 기업가치 평가 기준의 ‘교과서’가 없어요. 수십억원을 주고 외부 시스템을 사서 쓰는 곳도 있지만 기술이 내용의 질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죠. 데이터 분석 논리가 제대로 설계돼 있어야 해요.”

노 연구위원은 95년 동양종금증권의 실적추정 모델을 직접 만든 경험이 있다. 그가 과거 반도체와 통신 담당 애널리스트 등으로 활동하며 쌓은 실무 지식을 녹인 이 모델은 당시 상당한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 지금도 증권가에는 그가 만든 프로그램 파일이 돌아다니고 있을 정도.

“정보기술(IT) 붐이 일었던 시절 증권사들은 하나로통신 매출이 2005년에는 4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웃기죠. 물론 애널리스트들의 직관은 보고서의 차이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예요. 하지만 그 논리를 뒷받침하는 시스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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