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카드 조기매각論 급부상…"일부 만기연장 제외…지원중단"

  • 입력 2003년 11월 28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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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카드 채권 가운데 일부 만기가 돌아오고 주가 하락으로 LG그룹의 자본 확충 계획에도 차질이 예상되는 등 LG카드 정상화에 ‘걸림돌’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LG카드를 조기 매각하는 방안이 현실성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반발하는 채권은행=LG카드의 8개 채권은행은 교보생명과 한미은행이 27일 각각 3025억원과 300억원의 채권을 LG카드로부터 상환받은 것과 관련해 28일 금융감독위원회에 강력히 항의했다.

LG카드가 합의에 참가하지 않은 은행과 제2금융권의 채권 상환에 응할 경우 부도 위기가 수시로 재연될 수 있고 2조원을 지원하는 8개 채권은행만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 관계자는 “LG카드에 2조원을 지원한 것은 금융당국이 제2금융권 등의 만기연장을 보장했기 때문”이라며 “다른 금융권의 만기연장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미 지원한 8344억원을 뺀 나머지 지원을 중단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금감위 당국자는 “제2금융권에 만기연장을 적극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LG카드 채권은 18일 현재 총 21조3000억원. 이 가운데 6조3940억원 정도는 은행, 7조5060억원은 투신 보험 증권사 등 제2금융권, 7조4000억원은 개인과 법인이 갖고 있다.

▽그룹 자본 확충 계획도 빨간불=21일 8900원이던 LG카드 주가가 28일 6300원으로 급락하면서 LG그룹의 자본 확충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LG는 채권은행에서 2조원을 지원받는 조건으로 올해 안에 3000억원, 내년 3월까지 7000억원 등 총 1조원을 유상 증자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주가로 다음달에 3700만주를 발행할 경우 유상증자 규모는 예정됐던 3000억원에 크게 못 미치는 2331억원 정도에 그칠 전망이다. 또 추가로 확충해야 할 자본금도 7000억원보다 크게 늘어나야 한다.

한편 LG카드는 28일 “LG전선 대주주들이 LG카드 지분 79만4450주(0.75%)를 18, 19일 장내 매도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LG전선그룹 대주주들의 LG카드 지분은 지난해 말 14.9%에서 0%로 정리됐다.

이들은 올 3월부터 주식을 팔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LG측은 4월 11일 LG전선그룹으로 계열분리하면서 대주주들이 주식을 매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계열분리를 하려면 구 계열 주식을 3% 이상 가질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

하지만 이들에 이어 19% 대주주였던 워버그핀커스도 지분을 털고 나가면서 LG카드의 신용도가 크게 실추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매각이 강력한 대안으로 부상=상황이 이렇다 보니 LG카드를 외국계 금융회사나 국내 은행에 매각하는 방안이 떠오르고 있다. LG카드도 추가 자본유치를 위해서라면 경영권 등 모든 것을 걸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에 따라 LG카드는 이미 국내외 금융회사에 투자제안서를 발송했다. GE캐피탈 씨티은행 HSBC 스탠더드차터드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GE인터내셔널측은 “GE캐피털을 통한 한국의 카드사 인수에 관심이 있지만 LG카드 등 개별 회사에 대해서는 말할 단계가 아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하나 우리 신한 등 국내 은행권이 LG카드 인수에 참여해 주길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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