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영회장 공시의무 위반 징계…엘리베이터株 매입 규정어겨

  • 입력 2003년 11월 18일 18시 11분


코멘트
故 정주영-정몽헌회장 묘역참배‘국민주 발행’ 아이디어로 정상영 KCC 명예회장의 허를 찌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18일 오전 금강산관광 개시 5주년을 맞아 경기 하남시 창우동에 있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및 남편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묘역을 찾았다. 뒷줄에는 현대그룹 사장단의 모습이 보인다. 원대연기자
故 정주영-정몽헌회장 묘역참배
‘국민주 발행’ 아이디어로 정상영 KCC 명예회장의 허를 찌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18일 오전 금강산관광 개시 5주년을 맞아 경기 하남시 창우동에 있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및 남편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묘역을 찾았다. 뒷줄에는 현대그룹 사장단의 모습이 보인다. 원대연기자
금융감독원이 정상영(鄭相永) 금강고려화학(KCC) 명예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매집과정에서 빚은 공시의무 위반과 관련해 지분처분명령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이우철(李佑喆) 증권선물위 상임위원은 18일 “현대엘리베이터 지분매집과정에서 나타난 정 회장의 공시의무 위반과 관련해 경고, 검찰고발, 지분처분명령 중 하나의 결정을 내릴 것이다. 현재 정 회장의 공시의무위반 사실은 명백해 보이며 이에 따른 조치를 어떻게 내릴지 고민 중이다”고 밝혔다.

만약 지분처분명령을 받을 경우 정 회장측 지분이 크게 떨어진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말까지 정 회장의 공시의무 위반 내용에 대한 사실 확인을 거쳐 증권선물위원회에 의안으로 상정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는 하한가를 기록해 고래(정 회장과 현정은 회장)싸움에 새우들(소액 주주)의 피해가 현실화됐다.

▼관련기사▼

- "공모" "공개매수" 엇갈린 평가

▽현정은 회장, ‘결사항전’ 선언=현 회장은 18일 현대그룹 주요 계열사 사장단과 함께 경기 하남시 창우동에 있는 선영을 찾고 현대그룹의 ‘국민기업화’를 선포했다. 현 회장은 정주영(鄭周永) 명예회장과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묘소를 차례로 참배한 뒤 “현대그룹이 국민주 발행을 통해 국민기업으로 새롭게 태어난다는 사실을 보고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현 회장은 기자들에게 “국민주 공모가 실패할 경우에 대비한 복안을 갖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치면서 “투명경영과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력하게 추진하기 위해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사업다각화를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 회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거의 답변하지 않던 평소 모습과는 달리 자신의 입장을 명확하게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요즘 밤잠을 잘 자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기자들이 밤에 전화만 하지 않으면…”이라고 답변할 정도로 여유를 보였다.

한편 정주영 회장과 정몽헌 회장 묘소 주변에는 ‘선진 국민기업으로 거듭나겠습니다, 현대 임직원 일동’이라는 플래카드가 휘날렸고, 주요 계열사 사장단은 현 회장 뒤편에 서서 보위, 대내외에 현 회장이 ‘현대그룹’ 회장이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악재가 계속되는 KCC=세계적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18일 KCC의 장기신용등급을 ‘부정적 관찰대상’으로 지정한다고 발표했다. S&P는 평가결과에 따라 KCC의 등급이 한 단계 또는 두 단계 내려갈 수 있다고 밝혔다. S&P 김은진 애널리스트는 “KCC의 경영진이 회사의 채권단과 주주의 이익을 생각하기보다는 현대그룹에 대한 경영권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을 방문 중인 강철규(姜哲圭) 공정거래위원장은 18일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KCC의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매집과 관련해 “주식매집 과정에서 경쟁 제한적 요소가 있는지를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가(家) 맏형격인 정몽구(鄭夢九) 현대 기아자동차 회장측은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어느 편도 들지 않겠다”며 사실상 중립을 선언했다. 현대가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날 “정몽구 회장을 비롯해 집안 대부분의 어른들은 이번 문제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현대그룹 경영권 최후 승부는 결국 현대그룹이 17일 발표한 국민주 1000만주 공모가 성공하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현대그룹은 일반주 공모가 실패할 경우 잔여물량을 ‘백기사’ 역할을 할 수 있는 제3자에 넘기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박현진기자 witness@donga.com

하남=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