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 3분기 실적 보니]제조업 1000원 팔아 85원 남겨

  • 입력 2003년 11월 17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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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의 3·4분기(7∼9월) 경영성적표를 보면 ‘수출과 내수경기의 양극화’를 확인할 수 있다.

수출은 상반기까지 발목을 잡았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영향에서 벗어나 경기 회복세를 주도적으로 이끈 반면 내수 관련 업종은 소비심리가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기업들도 외형보다 이익 중심의 수익성 경영에 치중했다.

증시전문가들은 “수출경기가 지속적인 호황을 보임에 따라 4·4분기(10∼12월) 이후엔 기업실적의 개선 추세가 좀 더 뚜렷해질 것”이라며 “실적개선의 폭은 내수경기의 회복 여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수출과 내수경기의 양극화=올해 상반기 중 이라크전쟁 발발, 북한 핵문제, 사스 여파로 부진을 면치 못했던 기업실적이 3·4분기 들어 ‘수출 효과’로 다소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다.

제조업의 경우 3·4분기 순이익은 7조996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0.27%, 직전 분기보다 2.93%가 각각 증가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정보기술(IT) 업종과 해운 운수창고 업종 등이 미국 등 세계 경기 회복세를 바탕으로 수출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 또 철강 석유화학 등 소재 업종들도 중국 경제의 급팽창에 힘입어 이익을 누리고 있다.

이에 따라 제조업의 수익성은 개선됐다.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8.47%로 1000원어치를 팔아 85원을 남긴 것으로 나타나 2·4분기(4∼6월)의 80원 이익보다 좋아진 셈.

반면 금융업은 기업 및 가계부실 증가에 따른 대손충당금 적립, 카드 연체 등에 발목이 잡히면서 611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2·4분기 6529억원 순손실에 이어 적자를 지속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전체 코스닥 시가총액의 65% 정도를 차지하는 IT 업종이 3·4분기 코스닥 순익 증가의 일등공신 역할을 톡톡히 했다.

IT 부품 분야의 순익이 전 분기보다 128% 이상 증가한 가운데 인터넷 업종(83.2%)이 그 뒤를 이었다. 그러나 내수 위주형 유통서비스와 기타서비스(오락문화, 사업서비스)의 순익은 각각 전 분기 대비 12%, 9.4%가량 감소했다.

▽실적개선 추세 이어질까=가속도가 붙은 수출경기가 움츠러든 내수경기에도 군불을 지필 것이라는 기대가 점차 커지고 있다.

신흥증권이 시가총액 상위 25개 종목의 실적을 추정한 결과, 올해 연간 순익은 20조8000억원으로 작년(22조9000억원)보다 줄지만 내년에는 27조9000원으로 33.6%가량 대폭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5개 기업의 매출액도 작년 237조원에서 올해는 252조원으로, 내년엔 270조원으로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추정됐다. 내년엔 기업실적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경기회복이 가능할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코스닥 기업들도 △IT 대표기업들이 내년 공격적인 설비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고 △중국시장이 계속 확대되고 있으며 △미국의 휴대전화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점 등으로 미뤄 4·4분기와 내년에도 IT 업종 중심으로 실적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수출기업 중심으로 한 실적회복세는 완만한 소비회복과 겹치면서 결국 침체한 내수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올해 적자가 예상되는 국민은행이 내년엔 2조원대의 순익을 기록하고, 신세계 SK텔레콤 등 유통서비스 업체의 실적개선 폭이 더 클 것으로 상당수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이필호 신흥증권 리서치팀장은 “올해 실적호전 기업들이 대체로 수출과 IT관련 기업인 데 반해 내년엔 금융 유통 등 내수관련 기업 중심으로 실적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실적장세에 대비해야=3·4분기 실적은 이미 개별종목의 주가 형성에 대부분 반영됐다.

현재의 주가 등락은 3·4분기 실적보다는 올 한해 전체 실적과 내년 실적을 염두에 둔 움직임으로 봐야한다는 지적이다. 실적장세에 대비한 종목선정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단기적으로는 수출과 IT 관련주들의 상승탄력이 좋겠지만 이런 기업들의 주가는 그동안 상승폭이 커 기대수익률은 낮은 편. 수익률 측면에서 2만원 이하의 중저가 대형주에 관심을 두라는 조언도 있다.

이필호 팀장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내수 설비투자 금융 등 바닥을 통과하는 업종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경모 미래에셋증권 기업분석실장은 “내수경기가 ‘U’자든 ‘L’자든 바닥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수출 관련주에 좀 더 관심을 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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