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가계대출 급증 심각한 상황"…대규모 부실때 금융위기

  • 입력 2003년 11월 13일 18시 06분


한국은행이 “가계대출의 확대와 이에 따른 부동산 가격 급등이 금융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한은은 13일 발표한 ‘금융위기 전후 한국과 북유럽 3국의 은행경영 비교’ 보고서에서 “외환위기 이후 가계대출이 매년 40%대의 증가율을 나타내고 있어 경기악화로 거품현상이 걷힐 경우 가계대출의 대규모 부실화가 우려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한국의 일반은행 총자산에서 가계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1997년 말 11.8%에서 2002년 말 29.7%로 크게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또 외환위기 이후 은행들이 기업부문 자금수요 둔화를 보완하면서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은 자산운용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 1980년대 후반 호황을 보이다 1990년대 초 금융위기를 겪었던 북유럽 3국의 예를 소개하면서 부동산 및 주식가격 거품과 이에 따른 가계대출 증가가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스웨덴 및 노르웨이 은행은 금융위기 이후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가운데 후순위채권 등 ‘보완자본’을 제외한 ‘기본자본 비중’이 70% 내외로 크게 개선됐다”면서 “한국도 은행의 기본자본 비중이 60% 수준으로 상승했지만 기본자산을 확충해 자본구조를 더 견실히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금융연구원 김병연(金炳淵) 선임연구위원도 “부동산 가격 상승기 등 거품이 발생하는 시기에 은행들이 가계에 돈을 빌려줄 때 자금의 용도와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을 충분히 검증하지 않으면 부실대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달 들어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은 감소세로 돌아섰지만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은 오히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국민은행은 이달 들어 12일까지 가계대출 잔액이 114억원 줄었다. 또 우리은행은 11일 현재 283억원, 조흥은행은 612억원이 감소했다. 지난달 초에는 이들 은행의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은 이달 들어 10일까지 5400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조기준(曺基俊) 한은 은행국장은 “은행들이 신용대출을 크게 줄이고 있는 반면 정부의 부동산종합대책으로 투기지역에 낮아진 담보인정비율(LTV)이 적용된 13일 이전에 주택담보대출을 크게 늘렸기 때문에 가계대출은 줄었지만 주택담보대출은 오히려 늘었다”고 설명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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