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패션]"명품끼리 통한다" 명차와 패션의 만남

  • 입력 2003년 10월 30일 16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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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조르조 아르마니가 차체 색상과 인테리어를 정한 '메르세데스 벤츠 CLK조르조 아르마니 디자인 카'가 다음달 초 공식적으로 첫 선을 보인다. 왼쪽 으레스는 아르마니가 '2003년 춘하 여성복컬렉션'에서 선보였던 의상. 차체와 드레스가 고급스러운 모래색으로 콘셉트를 통일했다. 사진제공 메르세데스 벤츠코리아.퍼스트뷰코리아
디자이너 조르조 아르마니가 차체 색상과 인테리어를 정한 '메르세데스 벤츠 CLK조르조 아르마니 디자인 카'가 다음달 초 공식적으로 첫 선을 보인다. 왼쪽 으레스는 아르마니가 '2003년 춘하 여성복컬렉션'에서 선보였던 의상. 차체와 드레스가 고급스러운 모래색으로 콘셉트를 통일했다. 사진제공 메르세데스 벤츠코리아.퍼스트뷰코리아
고급 자동차와 고급 패션의 만남은 이제 전혀 낯설지 않다.

매년 봄, 가을 열리는 뉴욕 컬렉션의 공식 명칭은 ‘메르세데스 벤츠 패션 위크’이며 최근 서울에서도 강남 일대 수입차 매장에서 고급 브랜드 패션쇼가 종종 열리고 있다.

자동차와 패션은 어떻게 통하게 된 것일까. 두 업계는 “부유층을 타깃으로 한다는 공통점 이외에도 정통성 있는 고급 디자인이나 스타일을 창출하고 지켜나가기 위해 고민한다는 점이 닮았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이미지의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서로 손을 잡는다.

‘돈 되는 일’이 아닌데도 프랑스 패션 브랜드 ‘루이뷔통’이 매년 파리 바가텔 공원에서 클래식 자동차 대회를 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에는 자동차 회사와 패션 회사간의 적극적인 합작 형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루이뷔통이 BMW의 모터사이클 'C1'을 색다른 감각으로 다시 디자인한 '바가텔'. 사진제공 BMW코리아

●아르마니가 벤츠를 만났을 때

이달 중순 막을 내린 이탈리아 밀라노 패션쇼 기간중 이 도시 보르고노보에 있는 ‘아르마니’ 본사에서는 유명 패션 디자이너 조르조 아르마니와 ‘메르세데스 벤츠’가 합작 법인 설립을 발표했다. 아르마니의 디자인을 메르세데스 벤츠의 자동차에 적용하기 위한 합작 법인. 패션과 자동차 브랜드가 완벽하게 결합하는 순간이었다.

밀라노 패션쇼에서 선보인 아르마니의 첫 번째 자동차 디자인 작품은 메르세데스 벤츠의 4인승 스포츠카 ‘CLK 카브리올레’ 차체 색상과 내부 인테리어 등을 변형시킨 모델. ‘메르세데스 벤츠 CLK 조르조 아르마니 디자인 카’로 명명됐다.

아르마니는 이를 위해 올 5월부터 디자인 구상을 시작했다. 콘셉트는 사막. 지난해 9월 말에 선보인 자신의 ‘2003년 춘하 여성복 컬렉션’ 주요 테마와 일치하는 것이다. 그는 그때 내놓은 이브닝드레스 색상처럼 사막을 연상케 하는 베이지+회색인 ‘사비아’(이탈리아어로 ‘모래’라는 뜻)를 자동차 차체의 색상으로 선택했다. 자동차 내부 시트 색상은 말의 안장과 같은 짙은 갈색과 ‘사비아’색을 매치시켰다.

이 모델은 다음달 초 런던 로열 아카데미에서 공식적으로 첫 선을 보인 뒤 주문 생산방식으로 판매될 예정. 조르조 아르마니 패션을 주제로 한 ‘순회 회고전’이 열리게 될 로마 도쿄 로스앤젤레스에서도 내년 2월 중순까지 전시된다. 두 브랜드는 앞으로도 꾸준히 새로운 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다.

●명차와 명시계의 하모니

▼최고급 SUV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의 콘솔에 장착된 불가리 시계.사진제공 GM코리아
▼벤틀리 자동차의 외관에서 디자인 모티브를 따 온 시계 ‘벤틀리르망’.사진제공 브라이틀링
▼‘메르세데스 벤츠 CLK 조르조 아르마니 디 자인카’의 내부.

사진제공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스위스의 고급 시계브랜드 ‘브라이틀링’은 독일 폴크스바겐의 자회사인 ‘벤틀리’의 2003년형 ‘벤틀리 콘티넨털 GT’ 모델 내부 계기판에 브라이틀링 시계를 부착시켰다. 벤틀리가 타사의 브랜드 이름이 새겨진 시계를 차량 내부에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

브라이틀링도 이에 맞춰 벤틀리 디자인에서 모티브를 딴 다이얼판에 ‘브라이틀링 포 벤틀리 모토스’라는 이름이 새겨진 크로노그래프 시계 ‘벤틀리 르망’을 출시했다. 7월 국내에도 4점 수입됐던 600만원대의 이 시계는 금세 품절됐다.

차체에 명품 시계를 넣는 사례는 ‘캐딜락과 불가리의 결합’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내년 초 국내에 출시될 예정인 GM의 최고급 SUV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에는 이탈리아 보석, 시계 브랜드 불가리의 시계가 삽입된다. 불가리는 계기판과 콘솔의 아날로그시계 디자인을 담당했다. 시계는 클래식하고 깔끔한 디자인. 불가리 시계는 ‘캐딜락 XLR’와 콘셉트카 등에도 사용됐다.

●‘오트쿠튀르’형 합작

프랑스 패션 브랜드 ‘루이뷔통’과 자동차 회사 BMW는 2000년 9월 공동 디자인팀을 구성해 모터사이클 ‘BMW스페셜 에디션’을 완성시켰다. BMW의 모터사이클 모델 ‘C1’을 바탕으로 디자인한 3대의 모델에는 각각 ‘노마드’ ‘본드 스트리트’ ‘바가텔르’라는 이름이 붙었다. 시트, 등받침, 손잡이 등이 루이뷔통 가방을 만들 때 사용되는 천연 송아지 가죽으로 처리됐다. 현재 이 세 가지 모델 중 두 대는 두 회사의 박물관에, 한 대는 경매를 통해 개인 소장가 손에 들어간 상태.

BMW는 이전에도 현재 프랑스 패션 브랜드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인 칼 라거펠드와 손을 잡고 ‘오트쿠튀르(고급 맞춤복)’식의 주문 생산 시스템을 실험한 바 있다.

라거펠드는 1990년대 초 베를린의 ‘쉴로스호텔 피어 야레스자이텐’의 인테리어를 디자인하면서 BMW 750iL 모델을 바탕으로 이 호텔의 VIP용 셔틀 차량의 도색, 인테리어 작업에 참여했다.

1976년 프랑스의 보석, 시계 브랜드 ‘카르티에’가 시트 디자인에 참여해 화제가 됐던 ‘링컨 콘티넨털 마크 Ⅳ 카르티에 에디션’도 현재까지 ‘링컨 타운카’ 모델 중 최고급 사양을 갖춘 모델에 한해 사용되면서 최고급 고객들을 만족시키고 있다.

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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