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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0월 27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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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후원회 모금 대책회의 논의 내용과 참석자 명단 △다른 기업으로부터의 대선자금을 모금한 현황 △100억원의 사용처 등도 조사했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SK비자금 100억원 수수와 관련한 최초 기획자와 공모자가 누구인지와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 등 당 최고위층이 지시했거나 보고를 받았는지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검찰은 이 전 국장이 지난해 10월 초 중앙당 후원회를 앞두고 당시 김영일(金榮馹) 사무총장 등 당 핵심 중진들과 함께 모금 대책회의에 참가한 뒤 최 의원이 SK에서 모금한 비자금을 직접 전달받았다는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SK비자금 수수 과정에서 이 전 국장의 역할이 크다고 볼 수 없고 최 의원의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SK비자금을 받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당 차원의 조직적 모금에 무게를 두고 있다.
▽수사 대상 및 적용 죄목은=그런 점에서 김 전 사무총장과 하순봉(河舜鳳) 당시 대선 선거대책부위원장, 서청원(徐淸源) 선거대책위원장 등이 우선적으로 불법 선거자금 모금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미묘한 정국이지만 이 전 국장이나 최 의원의 윗선에서 SK비자금 수수와 관련한 책임 문제가 스스로 언급되고 있어 이 수사가 거의 자동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받은 SK비자금의 규모나 최 의원이 개인적으로 유용한 부분이 있는지 등이 수사를 통해 밝혀지려면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것이 수사팀의 시각이다.
검찰 관계자가 최근 “SK비자금 수수와 관련한 당 관계자들의 혐의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만 귀결되지 않는다”며 “조사가 더 진행돼야 범죄 혐의를 결정할 수 있다”고 밝힌 것도 수사결과에 따라 범죄혐의가 달라질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이럴 경우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처벌 수위는 ‘돈의 성격’이 어떤 식으로 규명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한나라당이 SK에 대해 “나중에 잘 봐주겠다”는 취지로 자금 제공을 강요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관련자들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보다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수수 혐의도 적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검찰 “특검 얘기 나온이상 더 철저히”▼
대선자금 전반에 대해 무제한 특별검사제를 도입하자는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의 제안이 SK비자금 수사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검찰 내에서는 SK비자금 수사가 한창인 상황에서 최 대표가 그런 제안을 한 것에 대해 내심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분위기지만 실제로 SK비자금 수사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권의 대립 등으로 특검법안의 국회통과가 쉽지 않은 데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등도 변수로 남아있어 특검법 발효 전에 SK비자금 수사가 사실상 끝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다만 특검 도입 문제가 거론된 이상 SK비자금과 관련된 진상을 더욱 철저하게 파헤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검이 검찰 수사 결론을 뒤집는다든가 검찰이 밝히지 못한 새로운 의혹을 규명할 경우 검찰이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 수사팀의 인식이다.
이와 관련해 송광수(宋光洙) 검찰총장은 27일 “공정하고 열심히 수사하고 있는데 특검 얘기를 듣고 마음이 편하면 사람이 아니다”며 “검찰은 어떤 결정이 있기 전까지 원칙대로 앞만 보고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검찰 간부도 “한나라당이 정략적인 차원에서 무제한 특검 실시를 주장했는지 모르겠지만 여야를 가리지 않고 수사는 계속될 것”이라며 “나중에 특검 얘기를 꺼낸 측이 꼼짝도 못할 증거 때문에 더욱 깊은 수렁에 빠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의 편향성 논란과 관련해 한나라당이나 여론의 비판이 계속 제기될 경우 특검 도입이 조기에 실현될 수도 있어 검찰의 예상대로만 되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적지 않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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