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重 노조위원장 자살계기 노사 쟁점 재부상

  • 입력 2003년 10월 19일 18시 34분


코멘트
한진중공업 김주익 노조위원장의 자살을 계기로 노동조합과 노조원에 대한 손해배상 및 가압류 문제가 다시 노사관계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 등으로 구성된 대책위원회는 18일 기자회견에서 △노동탄압정책 중단 △수배 해제 △부당노동행위 근절 등과 함께 손해배상 및 가압류 문제 해결을 정부에 촉구했다.

▽손해배상 및 가압류 급증=노동계는 사용자의 손해배상 및 가압류 청구가 신종 노동운동 탄압수단으로 쓰이고 있다며 이를 시정할 것을 요구해 왔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노조활동과 관련해 손해배상 및 가압류를 청구한 사업장은 모두 44곳. 액수로는 손해배상 941억원, 가압류 786억원 등 1727억원에 이른다.

한진중공업도 1991년 7200여만원의 손해배상 및 가압류를 청구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 7억4000만원 등 6차례에 걸쳐 113명에게 18억6000만원을 청구했다. 노동부의 공식 집계에 따르면 노조 및 노조원에 대한 가압류 총액은 2000년 230억원에서 2002년 382억원, 지난해에는 688억원으로 늘었다.

▽손해배상 및 가압류는 ‘필요악’인가=경영계는 노조의 불법 파업에 대해 사용자가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손해배상과 가압류라고 주장한다. 합법적인 파업에는 직장폐쇄로 맞설 수 있지만 정작 불법 파업에는 달리 대항할 방법이 없다는 것.

그러나 2000년 이후 사용자의 손해배상 및 가압류 청구가 노조의 존립을 흔들고 노조원의 생계를 위협할 정도로 남용되고 있다는 것은 정부도 인정하는 문제다.노동부 관계자는 “불법 파업으로 인한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노조활동을 위축시킬 의도로 책임을 묻는 사용자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사용자는 노조원의 재산이 부족할 경우 신원보증인에게도 연대책임을 물을 수 있다.

▽개선 논의=정부는 사용자의 손해배상 및 가압류를 막을 방법이 없지만 남용을 방지하고 이로 인한 부작용을 억제할 계획이다.

지난달 발표된 노사관계 법 제도 선진화방안(로드맵)은 민사집행법을 개정해 가압류할 수 없는 범위를 현행 ‘임금 등 급여채권의 2분의 1’에서 ‘최저임금 또는 최저 생계비’로 바꿔 어떤 경우에도 근로자의 최저 생활은 보장하도록 하고 있다. 또 노조 조합비 수입의 일정부분은 가압류 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권하고 있다.

이 밖에 신원보증법을 고쳐 신원보증인의 책임을 축소해 예측할 수 없는 손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도 포함됐다. 이에 대해 경영계는 “손해배상과 가압류는 최소한의 자구책”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또 노동계도 “폭력이나 파괴행위에 따른 손해에 대해서만 민사책임을 인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반발해 손해배상 및 가압류 개선은 결국 노사간 협상에 따라 결말이 날 것으로 보인다.

손해배상 가압류 개선방안
현행노사 요구외국 사례개선 방안
―신원 보증인 연대책임
―임금의 2분의1 이상 압류 금지 (민사소송법)
―노동계:가압류 금지, 손해배상 책임의 주체 및 범위 축소
―경영계:현행법 엄격적용
―노조 및 개인 모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일반적
―급여 압류시 생계보장 고려
신원 보증인 책임 제한,가압류시 노조의 존립및 근로자 생계보장 고려(신원보증법 및 민사소송법개정 검토)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대책委 "시신투쟁"▼

한진중공업 김주익 노조위원장의 자살과 관련해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민중연대 등 10개 노동·시민단체는 ‘전국투쟁대책위원회’를 구성, 대정부투쟁을 선언하고 22일부터 전국 단위의 규탄집회를 개최하기로 했다고 19일 밝혔다.

대책위는 김 위원장의 유족들로부터 협상 및 장례일정 등을 모두 위임받고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김 위원장의 시신을 자살 장소인 크레인 위에 안치하는 ‘시신투쟁’도 병행키로 했다. 대책위는 “현재 44개 사업장에서 노조를 상대로 모두 1700억원대의 가압류 소송이 제기되어 있고 정부는 철도파업에 대해 75억원의 손배소송을 냈다”면서 노동탄압 정책 중단과 노조에 대한 가압류 해제 등을 요구했다.

대책위는 22, 25, 29일과 다음달 5일 부산역 등에서 전국 단위의 집회를 열기로 했다.

부산=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