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담보대출 고객들이 이자 부담과 일시적 상환압박으로 한꺼번에 집을 매물로 내놓으면서 집값이 폭락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서울 강남권 등 부동산 투기지역에서 내년 중 만기도래하는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22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돼 이 지역의 부동산 가격에 상당한 영향을 줄 전망이다.
▽속속 만기가 돌아오는 주택담보대출=대부분의 시중은행은 3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상품을 2000년부터 선보였고, 국민은행은 2001년부터 내놓았다.
은행들은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상품은 일단 종전 조건대로 연장해주기로 했지만 내년부터 만기연장 조건을 강화하기로 한 것.
은행들은 상품판매 초기에 담보인정비율을 80%에서부터 최고 95%까지 적용했었다. 내년부터 담보인정비율도 낮추고 대출이자도 높이겠다는 게 은행들의 방침이다.
국민은행은 기존 대출의 만기연장시 선별적으로 신규대출과 똑같은 수준의 담보인정비율(45∼50%)을 적용해 대출한도를 낮추고 이를 상환하지 못하면 가산금리를 물린다는 계획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가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모든 주택담보대출에 획일적으로 적용하기보다는 선별적으로 신규대출 조건이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말 담보인정비율을 80%에서 60%로 낮추면서 기존 대출의 만기연장의 경우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기존 비율을 인정해 왔으나 내년부터는 신규대출 수준의 비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조흥은행은 담보인정비율 80% 이상을 적용받은 기존 대출에 대해 분기별로 담보가치를 점검해 만기연장시 일부를 상환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재약정을 맺는 만기연장은 신규대출이기 때문에 앞으로 부동산 대책의 적용 대상이라는 입장이다.
▽주택담보대출 연체 늘어날 듯=이처럼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의 만기연장 요건을 강화함에 따라 은행 빚으로 집을 산 고객들의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에 따르면 하나은행을 제외한 7개 시중은행이 2001년 전국 투기지역에 주택을 담보로 대출한 금액은 총 21조9191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기침체 장기화로 벌써부터 주택담보대출을 연체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며 “내년부터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억제방안이 이뤄지면 이에 따른 부작용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3월 말 2.7%였던 국민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9월 말 현재 3%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도 3월 말 1.44%에서 9월 말 1.7%로 올라섰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박현진기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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