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주택담보대출 만기 22조…강남권등 투기지역 집중

  • 입력 2003년 10월 16일 18시 04분


코멘트
시중은행들이 내년부터 기존 주택담보대출의 만기연장시 대출금의 일부를 상환 받고 대출금리도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담보대출 고객들이 이자 부담과 일시적 상환압박으로 한꺼번에 집을 매물로 내놓으면서 집값이 폭락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서울 강남권 등 부동산 투기지역에서 내년 중 만기도래하는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22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돼 이 지역의 부동산 가격에 상당한 영향을 줄 전망이다.

▽속속 만기가 돌아오는 주택담보대출=대부분의 시중은행은 3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상품을 2000년부터 선보였고, 국민은행은 2001년부터 내놓았다.

은행들은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상품은 일단 종전 조건대로 연장해주기로 했지만 내년부터 만기연장 조건을 강화하기로 한 것.

은행들은 상품판매 초기에 담보인정비율을 80%에서부터 최고 95%까지 적용했었다. 내년부터 담보인정비율도 낮추고 대출이자도 높이겠다는 게 은행들의 방침이다.

국민은행은 기존 대출의 만기연장시 선별적으로 신규대출과 똑같은 수준의 담보인정비율(45∼50%)을 적용해 대출한도를 낮추고 이를 상환하지 못하면 가산금리를 물린다는 계획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가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모든 주택담보대출에 획일적으로 적용하기보다는 선별적으로 신규대출 조건이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말 담보인정비율을 80%에서 60%로 낮추면서 기존 대출의 만기연장의 경우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기존 비율을 인정해 왔으나 내년부터는 신규대출 수준의 비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조흥은행은 담보인정비율 80% 이상을 적용받은 기존 대출에 대해 분기별로 담보가치를 점검해 만기연장시 일부를 상환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재약정을 맺는 만기연장은 신규대출이기 때문에 앞으로 부동산 대책의 적용 대상이라는 입장이다.

▽주택담보대출 연체 늘어날 듯=이처럼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의 만기연장 요건을 강화함에 따라 은행 빚으로 집을 산 고객들의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에 따르면 하나은행을 제외한 7개 시중은행이 2001년 전국 투기지역에 주택을 담보로 대출한 금액은 총 21조9191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기침체 장기화로 벌써부터 주택담보대출을 연체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며 “내년부터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억제방안이 이뤄지면 이에 따른 부작용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3월 말 2.7%였던 국민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9월 말 현재 3%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도 3월 말 1.44%에서 9월 말 1.7%로 올라섰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박현진기자 witnes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