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자유치' 발로 뛰는 경남도 공무원들

  • 입력 2003년 8월 18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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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진사산업단지내 입주한 EEW 코리아의 대형 강관 생산현장. 강정훈기자
경남 진사산업단지내 입주한 EEW 코리아의 대형 강관 생산현장. 강정훈기자
경남 사천시 진사지방산업단지 내 독일계 업체인 EEW코리아(대표 김도재·金道在)의 야적장 확보 과정이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려는 경남도 공무원들의 노력이 돋보이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두꺼운 철판을 말아 구경이 큰 해양플랜트용 강관 등을 연간 5만여t씩 생산하는 이 회사는 주문량 증가와 2단 야적이 어려운 제품의 특성으로 최근 극심한 용지난에 시달렸다. 월 5000t을 생산할 경우 최소 2000여평의 야적장이 필요하지만 현재는 800여평만 확보돼 있기 때문.

EEW는 5월 말 “외국인기업 전용단지의 부지 일부를 빌려주거나 회사 옆 도로를 야적장으로 쓸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경남도에 건의했다.

경남도와 사천시 직원들은 즉각 회사를 방문해 ‘현장 대책회의’를 열었으나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 외국인기업 전용단지를 쓰려면 최소 사용 면적 2000평 이상이면서 별도의 신규 투자계획을 세워야 하는 등 까다로운 관리지침이 있기 때문.

이후 삼성테크윈 소속으로 경남도에 파견 근무 중인 오춘식(吳春植) 투자유치과장은 외국인기업 전용단지를 관장하는 산업자원부와 수차례 협의했고 13일에는 이성주(李城柱) 투자유치 지원팀장과 함께 직접 산자부를 찾았다.

그 자리에서 “전용단지 입주업체는 아니더라도 외국인 투자기업인 만큼 외자유치를 촉진하고 기업 애로를 해결하는 차원에서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결국 산자부는 ‘예외’를 인정해 “별도 투자를 하지 않더라도 부지를 임대해 주도록 해 보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규정’과 ‘지침’에 얽매이지 않고 기업의 가려운 곳을 긁어 주려 한 관련 공무원의 노력 덕분이었다.

이에 따라 EEW는 외국인 기업 전용단지 내 1000평 안팎의 부지(약도 참조)를 앞으로 30년간 별다른 비용 부담 없이 사용하는 길이 열리게 됐다.

이 회사의 한 간부는 “경남도와 사천시 직원들이 공장 신축과 준공, 그리고 사후관리에서 보여준 열의는 ‘공무원 맞아?’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고 전했다.

EEW가 진사지방산업단지에 2700만달러 투자를 결정하기까지 심혈을 기울인 것은 물론 각종 인허가 절차를 공무원들이 대신 밟아 주었다. 신입사원 이력서는 사천시가 취합해 회사에 넘겼고 준공식 당일에는 행사용 의자와 테이블 등을 지원했다. EEW는 당초 2005년까지로 계획했던 추가 투자를 올해 안에 마칠 계획이다. 강관 수요가 늘어나기도 했지만 경남도의 ‘무한(無限) 서비스’에 대한 화답인 셈이다.

EEW뿐 아니라 1999년 이후 경남지역에 입주한 12개 외국기업(총 투자금액 6억달러)들은 경남도의 적극적인 투자유치와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기’ 노력에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98년 외부 인력을 스카우트해 전담부서인 투자유치과를 신설했고, 99년에는 다양한 지원책을 담은 기업 및 투자유치 조례도 독자적으로 만들었다. 모두 전국 최초의 시도였다. 지난달에는 ‘국내외 기업 투자 촉진을 위한 공장부지 50% 임대지원 시책’도 발표했다.

이 때문인지 외국기업의 국내 직접 투자가 급감한 요즘에도 경남도에는 투자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계인 A사의 경우 진사지방산업단지에 300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하고 다음달 중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할 계획. 또 독일계 B사는 사천 외국기업 전용단지에 2500만달러 투자 규모의 사업계획서를 30일 내기로 하는 등 10여개사(총 투자 규모 2억달러)가 경남도와 협의 중이다.

사천=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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