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세대 세입자 “집 나가게 해주세요”…전세금 하락 수요감소

  • 입력 2003년 8월 12일 17시 27분


전세금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보증금 반환을 둘러싼 임대-임차인간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다세대 다가구주택은 2000년 이후 공급량이 크게 늘어난 데다 기존 세입자가 아파트 전세로 옮겨가는 경우가 많아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주택 수요는 일반적으로 다세대 다가구에서 아파트로, 전세에서 매매로 움직인다. 이 같은 추세는 최근 주택공급량이 늘고 전세금이 떨어지면서 두드러지고 있다. 아파트 집주인들이 전세금이나 전월세를 낮춰 다세대 다가구 수요층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기 때문.

다세대 다가구주택 소유자들도 ‘떠나가는 세입자’를 막기 위해 전세금을 내려야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전세금을 내려도 아파트로 ‘상향 이동’하는 수요층을 끌어오기 힘들뿐 아니라 다세대주택 소유자가 대부분 영세해 전세금을 시장 상황에 맞춰 신축적으로 조정할 수 없다는 게 이유.

다세대 다가구주택은 보통 5, 6가구로 구성된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가구당 500만원만 싸게 내놓아도 수천만원의 자금 부담이 생긴다. 결국 집주인들은 예전 시세를 고집할 수밖에 없고 장기간 방이 빠지지 않아 분쟁으로 이어진다.

결국 주택 수요의 최하위층에 속하는 다세대 다가구 세입자들이 전세금 하락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셈이다.

정부가 최근 은행담보 대출비율을 기존 60%에서 50%로 줄인 것도 다세대주택에는 악영향이다. 다세대주택 매입자들은 보통 은행 융자를 안고 분양을 받는다. 이때 매입자들은 대부분 분양업자가 알선하기로 한 은행대출을 이용한다.

하지만 분양업체가 분양 성과를 높이기 위해 무리한 수준의 대출 알선을 약속한 경우가 많아 실제 대출금은 턱없이 모자란다. 중도금 융자는 분양업체가 ‘알선’할 뿐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어서 분양을 받기로 한 계약자가 책임을 져야한다. 이 때문에 잔금을 치르지 못한 매입자가 세입자로 ‘전락’하기도 한다.

부동산정보제공업체 부동산007 김지홍 소장은 “분양에 실패한 다세대주택 분양업자가 은행 대출을 미리 받아 자금 일부를 회수하고 싼 값으로 전월세를 놓는 경우도 있다”면서 “이런 물량은 선순위 변제권이 은행에 있기 때문에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떼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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