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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8월 11일 06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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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향을 분류하려면 정부가 다양한 고객 정보를 구해 이를 분석하고 세분한 범주에 편입시키는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정보 수집에서 우월한 위치에 있는 정부가 국민 개개인의 신상정보를 무리하게 가공해 결과적으로 ‘편 가르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한다.
또 정부가 국민적 합의의 대상인 정책을 일반 상품으로 취급해 ‘판매’하는 데에만 관심을 쏟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성향 분류 어떻게 하나=국정홍보처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건 아무것도 없다”며 “지금까지는 부처별 인터넷 홈페이지 가입자의 개인 정보를 활용하는 방법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재정경제부 경제홍보기획단이 보낸 예시(例示)에는 △적극적 반대자 △소극적 반대자 △정책 편익 수혜자 등 상세한 성향 분석을 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 정도 수준의 분류는 단순히 인터넷에서 요구하는 단순 정보로는 파악하기 어렵다. 따라서 다른 경로를 통한 정보 수집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국정홍보처 관계자도 “국민 개개인의 성향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없어 구체적인 정보를 구하기가 어렵다”며 “이를 위해 여러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편 가르기는 곤란”=CRM 홍보방안과 관련해 경제홍보기획단 관계자는 “각 계층에 적합한 홍보자료를 보내준 뒤 그 반응을 정책에 반영하려는 의도일 뿐 ‘편 가르기’나 일방적 설득을 위한 방안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홍보의 효율성을 고려한 것일 뿐 정치적 의도 등은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서울대 박효종(朴孝鍾·정치학) 교수는 “공론(公論)에 부쳐 비판을 수렴해야 비로소 정당성을 획득하는 게 정책”이라며 “비판 대신 설득만 있다면 정상적인 정책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또 “소비자와 국민의 범주가 다른 만큼 일반 상품과 정책에 대한 홍보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전제하고 “상품을 강매(强賣)하는 것처럼 정책을 설득하려는 자세는 국민을 대상으로 편을 가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곤혹스러워하는 정부 각 부처=정부의 새로운 홍보 방안이 어느 정도 실현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정부 안에서도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다.
부처별 CRM 홍보 방안은 당초 지난달 25일 1차 집계가 끝났다. 하지만 경제홍보기획단은 이번에 각 부처에 보낸 공문에서 ‘각 부처가 예시한 정책과 오프라인 홍보대상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거나 한정적’이라며 다시 작성해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그만큼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한 경제부처 홍보 당국자는 “국민 성향을 일일이 세분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그냥 기존에 하던 대로 e메일 전송 방법과 소식지 작성 계획 등을 취합해 제출했다”고 털어놨다.
다른 경제부처의 홍보 관계자도 “의도는 좋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라며 “아직 자료 제출도 못했다”고 말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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