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유사 파업 안된다

  • 입력 2003년 8월 10일 18시 45분


LG칼텍스정유 노조가 파업을 결의해 국내 정유업계 초유의 파업 사태가 우려된다. 정유시설은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필수 공익사업장이기 때문에 파업에 제한을 받는데도 파업 강행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 회사 생산직근로자의 지난해 평균급여액은 5970만원이라고 한다. 이는 전국 최고 수준으로 같은 기간 제조업 평균임금 2288만원의 2.6배에 이른다.

그런데도 노조측은 기본급 11.2%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 카드를 빼들었다. 이렇게 임금을 올리고도 국제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LG칼텍스정유가 무리하게 임금을 올린다면 이는 다른 기업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를 더욱 부채질할 것이다. 한국 경제는 이미 생산성 향상 정도를 훨씬 웃도는 임금인상에 휘청거리고 있다. 올 1·4분기 노동생산성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증가한 데 비해 시간당 임금은 11.3%나 높아진 상태다.

LG칼텍스정유는 휘발유와 경유 중유 나프타 등 하루 65만배럴의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고 전국의 차량과 선박이 쓰는 연료의 약 30%를 공급한다. 이 같은 사업장이 파업으로 조업을 중단하면 소비 침체와 투자 부진으로 가뜩이나 불황을 겪고 있는 한국 경제는 더욱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조흥은행 현대자동차 등의 파업에서도 나타났듯이 국민경제를 볼모로 한 고소득 노조의 파업에 대한 국민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이 때문에 불법파업에 대한 정부의 대응도 바뀌고 있다. 파업은 LG칼텍스정유 노조에도 득보다 실이 많다. 이 회사 노조는 파업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피하고 회사측과의 합리적인 협상에 임하기 바란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