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재도약’ 외국인에 달렸다

  • 입력 2003년 7월 21일 1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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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0선까지 쭉쭉 뻗어가던 증시가 외국인들의 매수 강도가 약해지면서 700선을 밑돌고 있다. 일주일 정도 조정을 거쳐 다시 상승하기 위한 숨고르기라는 분석이 있는 반면 조정기간이 한 달 이상 길어질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찮다.

똑같은 상황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는 이유는 증시 주변 여건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대한 시각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 절반이 찬 물컵에 대해 ‘반이나 남았다’는 긍정론과 ‘절반이나 없어졌다’는 부정론이 있는 것처럼 앞으로 증시 방향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외국인 움직임이 최대 화두=관건은 외국인들의 매수세와 이에 영향을 주는 미국 증시. 이를 결정짓는 것은 주요 미국 기업의 올해 2·4분기 실적이다.

증시를 긍정적으로 보는 쪽은 인텔과 야후 등 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진 점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IBM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실적에 대해서도 ‘무난하게 잘 나왔다’는 쪽으로 해석한다. △채권시장의 장단기 금리차가 확대되고 △국채와 회사채간 금리차는 줄어드는 등 경기회복 신호가 나오고 있으며 △ISM제조업지수 등 일부 경제지표가 좋아지는 점도 호재로 분석된다.

반면 부정적인 쪽에서는 노키아의 실적 부진을 꼽는다. 또 야후가 좋은 실적을 내고도 주가가 계속 떨어지는 사례는 ‘펀더멘털’이 급등한 증시를 받치지 못하는 상황을 보여 준다는 것. 이번 주 실적을 발표할 아마존, e베이 등 주요 인터넷주와 3M 등의 2·4분기 실적도 소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여름이라는 계절적 요인과 함께 글로벌 유동 장세의 강도가 둔화되는 점도 꼽는다. 미국의 주식형 뮤추얼펀드와 이머징마켓펀드 자금도 지난주 순유출로 돌아섰다. 7월 소비자신뢰지수가 90.3으로 전월보다는 올랐지만 전망치를 밑돌았다는 점에서 보수적인 전망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된다.

▽국내 증시 체크포인트=북한 핵의 위험이 다시 높아지고 소비회복이 더딘 점 등은 악재로 꼽힌다. 소비자평가지수 등 지표 역시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고객예탁금이 최근 4일 동안 4164억원 줄어들었고 국내 기관의 매수 세력도 부족하다.

반면 2·4분기 경기바닥론, 6월 일평균 수출증가율의 증가와 함께 하반기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상존한다. 채권금리가 오르면서(채권가격 하락) 400조원에 이르는 시중 부동자금이 증시로 움직일 것이라는 희망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고 증시를 살리겠다는 정부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교보 대우증권 등은 이날 긍정적인 요소들에 비중을 두고 “상승추세 속에서 조정은 단기간에 끝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LG 우리 굿모닝신한증권 등은 “조정의 연장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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