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의류브랜드 성공비결…"한국시장 토착화가 성패 좌우"

입력 2003-06-24 18:23수정 2009-10-08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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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C코오롱은 작년 골프 의류인 ‘잭 니클라우스’로 약 1000억원을 벌었다. 코오롱의 의류 브랜드는 모두 8개이지만 단일 브랜드가 전체 매출(2700억원)의 30%를 벌어들인 것. 이는 미국 본사를 포함해 전 세계 10개국의 매출을 합한 것보다도 많다. 코오롱은 “잭 니클라우스가 요즘도 매년 한국을 찾아 이웅렬 회장과 골프를 친다”며 “한국이 그룹 전체로 봤을 때도 효자 노릇을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포츠 캐주얼 회사인 지엔코가 1997년 이탈리아에서 들여온 ‘스포트리플레이’는 국내 의류업계에 ‘캐포츠(스포츠+캐주얼)’ 붐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매출은 98년 160억원에서 작년엔 430억원로 늘었다. 하지만 본토에서는 99년 브랜드가 없어졌다.

한국시장에서 유독 더 ‘잘 나가는’ 수입 의류 브랜드가 적지 않다.

그들만의 비결은 무엇일까.

성공한 회사들은 ‘토착화’를 첫손에 꼽는다.

해외 브랜드라는 고급 이미지는 살리면서도 디자인은 철저히 한국인의 입맛에 맞춰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성공한 브랜드들은 대체로 한국에서 자체적으로 디자인하고 생산한다. 본토에서 직수입하면 △한국인의 취향에 맞지 않고 △급격한 수요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려우며 △한국인의 체형에도 잘 맞지 않는다는 것.

신세계백화점 캐주얼담당 바이어 곽웅일 부장은 “국내에 들여와 실패한 외국 브랜드는 직수입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일본의 명품 골프웨어 펄리게이트는 3번이나 실패했고 최근 직수입되고 있는 이탈리아의 M, 스페인의 C 등의 브랜드도 그다지 실적이 좋지 못하다는 것.

한국인의 취향에 따른 사업변형도 필수. 오스트리아의 ‘헤드’는 테니스라켓과 스키용품 전문 회사이지만 한국에서는 FnC코오롱이 옷만 팔고 있다. 이탈리아의 휠라 본사는 스포츠의류를 팔고있지만 휠라코리아는 아동복, 속옷등으로 다양화 했다.

그러나 가장 큰 성공의 원인은 소비자들의 외국 브랜드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

휠라코리아의 김세레나 대리는 “소비자들은 외국 브랜드를 입으면 패션 리더가 된 듯 느낀다”며 “이런 태도 때문에 토종 브랜드가 성장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옷을 만드는 기술은 세계 수준에 이르렀지만 소비자들의 의식이 문제라는 지적.

실제로 한국 기업이 해외에서 유명 브랜드로 키운 뒤 다시 수입한 사례도 있다. 미국에서 1992년 시작된 후부(FUBU)는 당시 매출이 2000만달러에 불과했지만 삼성이 1995년 지분을 투자하면서 급속도로 성장했다. 2002년 말 현재 60개국에 진출했고 연간 매출이 5억달러(약 6000억원)에 이른다. 한국에는 99년 들여와 첫해 매출이 56억원에서 지난해엔 470억원으로 늘었다.

그러나 라이선스 기간이 끝난 뒤 자체 브랜드로 대체하는 경우도 있다. 스포트리플레이를 들여온 지엔코는 올 초 라이선스 계약을 끝나자 자체 브랜드인 엔진을 내놓았다. 지엔코의 신명은 이사는 “자신감도 생겼고 별로 도움을 받지 않으면서 라이선스료를 주는 게 아까웠다”고 말했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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