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평씨, 김기호씨에 "겁먹지 말고 2800만원 매도 밀고나가라"

  • 입력 2003년 5월 27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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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택씨
경남 김해시 진영읍 신용리 임야 8700여평의 등기부상 소유자인 백승택씨(45)는 27일 이 땅의 실제 소유주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란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에 대해 “얼토당토않은 얘기”라며 일축했다.

백씨는 이날 기자와 만나 이 땅을 판 김기호씨(77)가 ‘실제 매매는 94년에 이뤄졌고, 실소유주는 노 대통령’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그런 인과관계는 아는 바가 없고 96년 1월 이종길씨(43)가 운영하는 진영읍 부동산사무소에서 매매계약을 했다”고 주장했다.

백씨는 매매계약 당시 “나와 이씨를 비롯해 땅을 소개한 친구 백창업씨(45) 등이 함께 있었으며 이 땅의 주인인 김기호씨를 만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백씨는 김씨가 ‘서른아홉살 먹은 농사짓는 사람이 2억5000만원을 주고 땅 살 능력도, 살 생각도 없었다’고 한데 대해 “그 당시 2억5000만원을 주고 땅을 살 생각도 없었고, 능력도 안 됐지만 3000만원 정도는 동원할 능력이 됐다”고 반박했다.

그는 “당시 집에 단감을 판 돈이 있어 계약금 280만원을 현금으로 먼저 지불한 뒤 한달정도 있다가 소 20여마리를 판 현금으로 잔금을 치렀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자신에게 다소 부담이 되는 돈을 투자해 땅을 샀다면서도 이 땅에 대한 권리관계라든가, 소유주가 누구인가 등에 대해서는 “알아보지도 않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으며 매입대금을 조달한 구체적인 증거에 대해서는 밝히기를 거부했다.

문제의 땅의 매매를 알선한 이씨는 이후 부동산업을 그만두고 토건업으로 전환했지만 27일 연락이 닿지 않았다. 주변 인물들은 “이종길씨가 건평(健平)씨와 형 아우처럼 친하게 지냈다”고 말했다.

땅을 소개한 백창업씨도 이날 하루 종일 연락이 닿지 않았다. 백승택씨는 백창업씨가 소개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휴대전화로 백창업씨 집에 전화를 걸었으나 그가 이사를 가 통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백씨는 김씨가 “건평씨측이 선산으로 구입한 뒤 공업단지가 들어서지 않아 물러달라고 했다”고 주장한데 대해 “모르는 사실”이라며 “나는 단지 염소 방목 등을 위해 구입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백씨는 “땅을 구입하기 15일 전쯤 건평씨에게 의논한 적이 있다”며 “건평씨로부터 ‘잘 생각해서 땅을 구입하라’는 조언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한편 문제의 땅이 노 대통령의 소유라고 주장한 김기호씨는 이날 녹취록의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김씨는 오후 5시경 기자와 만나 “이 땅을 2억5000만원에 판 기억이 없고, 2800만원에 팔았다”며 “당시는 금융실명제가 실시돼 계좌를 조사해 보면 알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땅을 산 사람도 노씨가 아니고 백씨다”며 “한나라당이 이야기하는 것은 모두 거짓말이다”고 주장했다.

한편 부산 중구 동광동 김기호씨 사무실 직원들에 따르면 건평씨는 이날 오후 1시20분경 이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 직원들에게 “김 회장에게서 전화가 오면 ‘겁먹지 말고 정공법으로 신용리 땅을 2800만원에 팔았다고 밀고 나가라’고 전해달라”고 말했다. 곧이어 김씨와 건평씨는 통화가 이뤄져 녹취록 공개사건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해=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

부산=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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