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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5월 9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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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8일 경기 김포시와 파주시 일대를 신도시로 조성하고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곳에서 분양권 전매를 전면 금지시킨 조치에 대한 부동산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동아일보 경제부 부동산팀은 9일 부동산 전문가들에게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집값 안정대책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전망을 물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저금리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어떤 대책을 내놓더라도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분양권 전매 금지=분양권 전매는 외환위기 이후 중산층이 아파트를 분양받고도 중도금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자 정부가 서민자금에 숨통을 틔워주기 위해 실시한 정책이다.
그러나 올 7월경부터 서울과 대전 등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곳에서는 소유권 등기가 날 때까지 분양권 전매가 전면 금지된다. ‘투기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됐기 때문이다.
장성수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조치는 투기꾼을 막고 실수요자에게 내 집 마련의 기회를 늘리는 등 주택시장의 거래질서를 확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불법적인 암거래 시장을 형성하고 비(非)투기과열지구로 돈이 몰릴 것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또 전매에 영향을 받지 않는 주상복합이나 오피스텔로 자금이 몰리는 ‘쏠림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분양권 전매를 제한했을 때도 공증제도를 이용하는 등 불법적인 전매 사례가 많았다”며 “불법이라는 리스크가 커진 만큼 웃돈(프리미엄)이 줄긴 하겠지만 시장에서 전매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개 신도시 건설계획=전문가들은 김포와 파주 신도시 지정이 수도권 주택보급은 늘리겠지만 서울 강남권 집값 안정에 기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진단했다.
성종수 스피드뱅크 경제연구소장은 “장기적으로 수도권의 주택공급을 늘리고 수요를 분산시키는 긍정적인 효과는 있으나 강남권에서 수도권 남부로 번진 집값 폭등세를 잠재우기는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김신조 내외주건 사장도 “정부가 주택시장의 환경이 급변한 상황에서 과거 신도시 개발처럼 양적 논리로 접근하고 있다”며 “김포나 파주 등 서북권역은 소비자가 ‘원하는 지역’이 아닌데 시중자금이 따라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신도시의 주택공급이 이르면 2006년경부터 이뤄질 전망이어서 신도시 지정이 늦은 감이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집값 어떻게 될까=정부가 금리·통화정책은 ‘부양’쪽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부동산 정책은 ‘억제’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정부가 부양과 억제를 동시에 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졌다는 것.
이상영 부동산114 대표는 “현재 부동산 시장에서 필요한 것은 ‘투기억제대책’이 아니라 저금리 문제의 해법”이라며 “저금리 때문에 시중에 풀려나온 풍부한 유동성은 집값을 그대로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춘보 신영 사장도 “단기적으로는 집값이 주춤하겠지만 추가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가격 상승을 막기는 어렵다”며 “정부가 부동산을 ‘산업’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집값도 잡지 못한 채 대책만 남발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한 전문가 긴급 진단 | |||
| 신도시 지정 | 분양권 전매 금지 | 시장 전망 | |
| 이상영 (부동산114 대표) | 수도권 공급부족 대안, 서울 강남권 수요 분산 한계 | 비투기과열지구로 자금이 몰리는 부작용 | 올 하반기 약보합, 내년 상승세 |
| 장성수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사실상 택지개발사업에 불과 | 주택시장 거래질서 확립에 도움 | 거래 위축, 가격 안정 |
|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 | 서울 강남권 집값 안정에는 역부족, 수도권 주택보급 효과 | 실수요자 시장으로 재편, 강남 저밀도 재건축시장은 청약열기 이어질 것 | 7월 이후 재건축시장 및 일반시장 하향 안정세 |
|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 | 택지개발이 어려운 상황에서 나온 주택보급 정책 | 암(暗)거래 시장 형성, 웃돈은 줄 듯 | 단기적으로 수요 위축, 장기적으로 집값 안정 |
| 김신조 (내외주건 사장) | 주택시장 환경이 바뀐 상황에서 과거 정책을 답습 | 음성화된 분양권 거래시장 형성 | 금리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국지적인 투자열기 계속될 것 |
| 정춘보 (신영 사장) | 강남 수요를 잠재우기는 한계 | 기존 아파트값 끌어올릴 것 | 단기적으로 주춤, 추가대책 없으면 장기적으로 집값 올라갈 것 |
| 성종수 (스피드뱅크 경제연구소장) | 공급 늘려 수요를 분산시키는 긍정적 효과, 강남 투기수요 막기에는 한계 | 부동산 투자심리 누그러뜨리는 효과 | 물가상승률 수준의 강보합세 유지 |
차지완기자 cha@donga.com
▼주민들 들뜬 분위기▼
건설교통부가 9일 경기 김포와 파주 신도시 건설계획을 공식 발표하자 건설예정지 지역 주민들은 기뻐하는 분위기이면서도 교통 대책 등 신도시 개발에 앞서 마련돼야 할 대책이 적잖다고 입을 모았다.
김포지역의 경우 숙원사업이던 서울 지하철 9호선 연결사업과 고속화도로 건설 등 광역교통시설이 들어서게 됐다며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사우동에 사는 김주석씨(45)는 “개발과정에서 토지나 건물에 대한 낮은 보상가로 현지 주민들만 피해를 보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식(金東植) 김포시장은 “대학교수 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가칭 ‘신도시건설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의견을 모아 정부에 전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포지역은 지난해 수도권 균형개발을 위한 시가화(市街化)예정용지로 지정되면서 이미 부동산 투기바람이 휩쓸고 간 상태여서 신도시 지정으로 투기 붐이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파주지역 주민들도 신도시 개발이 파주시 전체 발전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들뜬 모습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현재도 심각한 교통난이 신도시 건설로 더 악화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고 있다.
교하읍 일대에는 현재 아파트 7개 단지 7800가구가 입주해 있으나 일산, 서울로 향하는 연결도로가 부족해 지방도 310호선이 늘 정체를 빚고 있기 때문.
서울∼문산 고속도로는 이제 민간 의향서가 접수된 상태이고 제2자유로나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등은 신도시 수요를 고려하지 않고 계획된 데다 완공 시점도 입주 시기보다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파주시 김세중(金世重) 건설국장은 “지역 발전에 큰 원동력이 될 것이지만 도로 개통 시점을 앞당기지 않으면 큰 혼란이 예상된다”며 “정부에 우선적으로 도로망 확충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도시 개발로 교통난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고양시도 9일 보도자료를 통해 “기존 교통망 확충계획으로는 엄청난 교통대란이 우려 된다”며 “신도시 입주에 맞추도록 도로 공사를 앞당기고 경의선 복선화 공사도 앞당겨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파주 역시 투기 바람이 지나간 터라 가격은 오를 만큼 올랐고 실제 거래는 거의 없는 상황.
파주시 교하읍 일대 대지는 평당 100만∼120만원, 준농림지는 80만∼100만원을 호가, 연초보다 약 20∼30% 오른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일부 도로변 대지는 평당 350만원에 매물로 나오기도 했으나 신도시 개발 발표와 함께 거둬들여진 상태이다.
한편 문산 등 향후 통일시대를 대비할 지역에도 개발이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한 일부 투자자들은 벌써부터 일대 부동산 업소에 건축 가능한 부지를 문의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 때문에 파주 남부지역인 교하일대 신도시 건설이 파주 전체에 개발 바람을 일으킬 조짐도 보이고 있다.
고양·파주=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김포=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건교부 "주택수급여건 악화되면 수도권신도시 추가건설"▼
“시기는 밝힐 수 없지만 수도권에 대규모 신도시를 계속 만들겠다.”
정창수(鄭昌洙) 건설교통부 주택도시국장이 9일 ‘김포·파주 신도시’ 개발과 관련된 구체적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같이 말함에 따라 추가 신도시 후보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건교부의 ‘추가 신도시 필요’ 주장은 2006년까지 수도권의 주택보급률 100%를 이루기 위해 150만가구의 주택을 추가로 건설해야 하며 이에 필요한 택지 가운데 55%인 3800만평을 정부가 공급해야 한다는 데 바탕을 두고 있다.
건교부가 현재 확보해둔 택지는 1800만평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2000만평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데 현재처럼 30만평 규모의 택지개발지구 형태로 나간다면 무려 70개 가까이 지정해야 하므로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것.
또 택지지구의 자족기능을 확보하고 교통시설 건설비의 확보 등을 위해서라도 대규모 개발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한다.
이에 따라 건교부는 앞으로 부동산시장과 주택수급 여건, 신(新)행정수도 이전 계획에 따른 여파 등을 주시해가면서 필요하면 대형 신도시와 중·소규모 택지개발, 기존시가지 재개발·재건축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추가로 신도시가 만들어진다면 강남지역에서 가까운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과 의왕시 청계산 주변 일대, 경부고속철도 역사(驛舍)가 들어서는 광명역세권 등이 일단 후보지로 거론된다.
건교부는 강남권 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일단 판교신도시의 개발밀도를 높이고 입주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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