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勞使 첫 산별교섭…올 春鬪 '풍향계'

  • 입력 2003년 5월 5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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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시작되는 전국금속노조와 금속사업장간의 산별(産別) 중앙교섭에 노동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금융계와 증권업종 등에서 노사가 소규모 산별교섭을 벌인 적이 있지만 본격적인 대규모 산별교섭이 이뤄지는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의 ‘주력 부대’인 금속연맹은 금속노사의 산별교섭이 결렬될 경우 다음달 18일 총파업을 벌이기로 해 금속노조의 산별교섭은 올 ‘춘투(春鬪)’의 향방을 가늠할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산별 교섭이란=개별기업 노조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산별 노조가 사용자 대표들과 교섭을 벌이는 것. 산별교섭에서 타결된 사항은 모든 사업장에 똑같이 적용된다.

산별교섭이 이뤄지려면 먼저 산별노조가 결성돼 있어야 한다. 현재 전국단위의 산별노조는 금속노조를 비롯해 금융노조 보건의료산업노조 대학노조 전교조 등이 있다. 전체 노조원의 30% 정도가 산별 조합원인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사용자측의 강력한 반대로 지금까지 산별교섭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경영계는 산별교섭이 일반화될 경우 노조의 힘이 커져 노사분규가 증가하고 구조조정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속노사 산별교섭=하지만 이번 금속노사의 산별교섭은 사측의 요구로 성사된 경우. 사측은 산별 중앙교섭을 벌이면 교섭비용을 줄이고 타사의 동향을 살펴야 하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산별교섭 기본협약을 맺은 108개 사업장 중 ㈜만도 영창악기 통일중공업 발레오만도 계양전기 등 96곳이 교섭대표에게 교섭권과 임금 및 단체협약 체결권을 위임했다.

사측 15명과 노조 18명으로 구성된 교섭단은 △주5일 근무제(주 40시간) △비정규직 대책 △근골격계 직업병 △조합활동 보장 △기본협약 유효기간 자동 갱신 등 5개 안건을 놓고 매주 화요일 협상을 벌인다. 임금 등 나머지 안건은 지역별 집단교섭에서 다룬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산별교섭의 안건들이 쉽게 타결될 성질이 아니다”면서도 “근로시간 단축 등에 대해서는 사측과 함께 정부에 세제지원을 요구하는 등 공동 대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산별교섭의 파장=민주노총은 이번 금속노사 산별교섭이 참여정부 하의 노사관계를 결정지을 ‘태풍의 눈’으로 보고 있다. 금속노조의 상급단체인 금속연맹은 금속노조의 교섭상황을 지켜보며 다음달 9∼13일 쟁의행위 찬반투표, 18일 총파업을 계획하고 있다.

아직 금속노조 밖에 있는 현대자동차 대우조선 등 대기업 노조들도 속속 금속노조 가입을 추진하고 있어 금속노조는 더욱 막강한 힘을 갖게 될 전망이다.

산별교섭을 요구하는 다른 산별노조의 목소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보건의료 노조는 최근 사측과 상견례를 갖고 올 역점사업으로 산별교섭 도입을 내세웠다. 또 14개 증권사 및 유관기관 노조로 구성된 증권노조 역시 증권업협회를 상대로 산별교섭을 벌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산별노조 조직화-산별교섭의 효과에 대한 노사 의견 (단위:%)
설문내용노무관리자노조 대표합계
비정규직의 권익보호가 제대로 이뤄진다63.573.668.8
노사분규가 늘어난다70.053.061.0
근로자간 형평성이 높아진다64.173.669.1
교섭비용이 감소한다29.755.243.1
노동자들의 정치세력화가 이뤄진다70.276.673.6
근로자 복지가 향상된다61.474.768.5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감소한다57.751.354.3
노조의 교섭력이 증가한다76.278.877.6
기업 구조조정을 방해한다75.458.666.6
지난해 9~10월 한국노동연구원이 800개 사업장의 노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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