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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4월 30일 1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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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경제연구소, LG경제연구원, 한국경제연구원 등 주요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최근 잇달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추었다. 이들은 이라크전쟁이 예상보다 빨리 끝났는데도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가 나아지지 않고 국내 여건도 좋지 않아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30일 ‘이라크전 이후 국내외 경제의 향방’이란 보고서에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확산되고 북한 핵 문제가 진전이 없으면 경제성장률이 3%대 밑으로 크게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사스가 상반기에 진정되고 북핵이 외교적 해결로 가닥을 잡더라도 4%를 넘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 연구소는 지난 연말에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5.8%로, 2월에는 4%대로 예상했었다.
▽‘산 너머 산’=LG경제연구원 신민영(申민榮) 경제분석팀장은 “이라크전쟁이 끝나자 오히려 전쟁에 가렸던 악재들이 하나씩 부각되면서 국내외 경제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은행, 세계무역기구(WTO), 아시아개발은행 등 세계 기구들도 종전 후인 4월 24∼28일 회원국들의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신 팀장은 “전쟁 전에는 주요 선진국들의 소비 및 투자침체가 전쟁의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생각했으나 종전 후에는 지난 10여년간의 과잉투자와 버블이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는 구조적 요인이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스까지 덮쳐 중국 동남아 수출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에 주름살을 더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허찬국(許贊國) 거시경제팀장은 “사스가 심각해지면 올 성장률은 2.5%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1·4분기(1∼3월) 대(對)중국(홍콩 포함) 수출은 전체의 23.6%로, 작년 동기보다 60% 늘어났으나 2·4분기(4∼6월)부터는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어려울수록 기초체력 강화해야=삼성경제연구소 오승구(吳承九) 수석연구원은 “미국 정보기술(IT)경기가 호전되고는 있으나 본격적인 회복을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면서 “기업들은 경영 여건이 더 악화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경기급랭을 막으려면 정부가 가계부채를 안정시키고 기업의 자금경색 현상을 완화해줘야 한다고 제안했다.특히 사회 전반이 ‘생산적 활동’에 몰두할 수 있도록 정부가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것.
정부혁신, 공기업 민영화의 연기 및 중단은 정부의 시장경제 의지를 의심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오 연구원은 “근로자 복지나 빈곤층 배려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제조활동, 시장개척, 기술개발 등을 촉진함으로써 경제의 기초 체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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