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戰 영향 분양연기 속출…업계 "일단 피하자"

  • 입력 2003년 3월 19일 17시 59분


코멘트
미국과 이라크 전쟁이 초읽기에 들어가자 아파트 분양을 미루는 건설회사가 속출하고 있다.

이번 주 서울 마포구 상수동에 오피스텔을 분양하려던 세방기업은 모델하우스 개관을 다음달로 미뤘다. 그간 모델하우스 개관일이 전쟁 개시일과 겹칠까봐 노심초사했지만 미국이 최근 이라크에 대해 사실상 선전포고를 하자 분양을 아예 한 달가량 연기해 버린 것.

두산건설도 이달 말로 잡았던 서울 서초구 서초동 주상복합아파트(시행사 로쿠스) 분양시기를 다음달 10일로 늦췄다. 두산건설은 전황(戰況)에 따라 분양을 4월 말까지 미룰 수도 있다는 내부 방침을 정했다.

분양시기를 늦출수록 모델하우스 건축비를 포함한 각종 금융비용이 누적된다. 하지만 ‘일단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게 건설사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서효진 로쿠스 사장은 “전쟁이 터지면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될 게 뻔하다”며 “비용이 들더라도 분양시기를 늦춰 정상적인 시장 상황에서 영업하는 게 낫다”고 털어놨다.

이를 반영하듯 현재 분양중인 아파트도 이미 전쟁의 영향권에 들어서 있다.

서울에서도 요지로 꼽히는 강남구 역삼동에 주상복합아파트를 내놓은 A사는 당초 예상과 달리 분양률이 저조해 고심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올 들어 전반적으로 투자심리가 떨어진 탓도 있지만 당장 눈앞에 닥친 전쟁 때문에 계약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건설회사들의 우려는 이라크 전쟁에서 그치지 않는다. 전쟁이 단기간에 끝난다고 해도 이후 미국이 북한을 겨냥할 경우 지난해처럼 오랫동안 분양시기를 잡지 못할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돌고 있다.

작년에는 6월 월드컵경기대회에 이어 7월 장마철, 8월 여름 비수기, 9월 추석 등 잇단 ‘악재’로 특히 하반기 분양 실적이 신통치 않았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