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허니문]예비부부의 '헌인가구단지 둘러보기'

  • 입력 2003년 3월 3일 17시 39분


코멘트
올 4월 결혼 예정인 고강인씨(31), 이현정씨(30) 커플이 2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헌인가구단지에 들러 소파를 고르고 있다.강병기기자 arche@donga.com
올 4월 결혼 예정인 고강인씨(31), 이현정씨(30) 커플이 2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헌인가구단지에 들러 소파를 고르고 있다.
강병기기자 arche@donga.com
《3월초순. 본격적인 결혼 시즌이다. 서로 팔짱을 끼고 예식장과 결혼 사진관을 찾아다니는 커플 모습이 정겹다. 서울에서 대기업에 다니는 고강인씨(31)와 이현정씨(30)도 올 4월에 결혼할 예비부부. 아직 결혼이 한달 이상 남았지만, 두 예비부부는 주말이면 전쟁을 치른다. 좋다는 예식장을 찾아다니고 가전제품도 꼼꼼히 가격을 비교하고….조만간 예복과 예물도 준비해야 한다. 유난히 햇살이 따스했던 2일 오후, 예비부부는 서울 서초구 내곡동 헌인릉 맞은 편 '헌인가구단지'로 차를 몰았다. 그 날은 데이트를 겸해서 가구를 보러 가는 날이었다. 결혼 시즌을 맞아 활기를 찾고 있는 헌인가구단지를 예비부부와 함께 돌아봤다.》

▽가구 종류가 훨씬 다양하네요〓 헌인가구단지는 서울 지하철 3호선 양재역에서 경기 성남시로 가는 길 사이에 자리잡고 있다. 강남역에서 자동차로 20분이면 도착할 만큼 서울 시내와 가깝다.

따로 주차 공간이 마련돼 있지 않다. 길도 좁아 차 2대가 겨우 비켜갈 정도다. 마치 재래시장 같다.

“여기가 훨씬 종류가 다양하네요. 예쁜 디자인도 많고요. 가격은 다른 가구단지와 비슷한 것 같은데요.”

이미 경기 일산시와 마석 가구단지를 다녀왔던 이씨가 헌인가구단지를 한번 둘러보고 처음 내뱉은 말이다. 단지 시설은 엉망인 반면 가구 수준은 높은 점수를 받은 것.

헌인단지는 서울과 가장 가까운 가구단지여서 유행에 민감한 제품이 많이 전시된다. 서울 논현동 가구거리 다음으로 디자인이 다양한 제품이 많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대부분 가구단지가 중소기업 제품으로 채워지는 데 비해 헌인단지는 수입가구도 많다. 전체 70여곳의 가구점 가운데 수입전문매장은 10여곳. 그만큼 제품 선택의 폭이 넓다.

▽공장을 끼고 있는 매장을 노려라〓예비부부는 신혼가구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한 매장에 들어갔다.

“손님, 저희 매장에 오시기 전에 다른 가게를 적어도 5군데 이상 다니고 오세요. 그러면 저희 매장 물건이 얼마나 싸고 좋은지 알 수 있을 겁니다.”

레이디가구 박거성 사장(33)이 품질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와 같은 자신감은 생산공장을 끼고 있는 데서 나온다. 공장에서 만든 물건을 바로 내다 팔면 유통비가 가구 원가에서 빠져 가구 가격이 싸진다. 손님이 원하는 사이즈와 색상으로도 쉽게 바꿀 수 있다. 헌인단지 매장 가운데 약 40%는 자체 공장을 가지고 있다.

“똑같은 제품인데도 가격이 서로 다르네요. 지금 이 화장대는 40만원인데, 1시간 전에 다른 매장에서는 분명히 43만원이었어요.”

고씨의 말에 박 사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장을 직접 운영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따라서 같은 가구라도 가격차이가 난다”며 “앞으로 가구를 볼 때는 ‘공장직영’이란 문구가 쓰여진 매장 위주로 보라”고 설명했다.

▽가구와 집이 서로 궁합이 맞도록〓가구를 선택할 때는 집 크기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 이어 벽지 색상, 장판 및 천장 색상 등에 어울리는 가구를 사는 게 중요하다.

“통일감이 가장 중요하죠. 특히 평수가 작을수록 같은 톤의 가구를 사는 게 좋아요.”

30, 40대용 가구를 주로 파는 ‘이노센트’ 김은식 사장(41)은 “가구단지를 죽 돌아본 후 가장 마음에 드는 매장에서 한꺼번에 가구를 사라”고 추천했다. 침대, 화장대, 수납장 등을 비슷한 스타일과 색상으로 고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가격 할인도 잘 받을 수 있다.

“안방에 들어갈 침대와 옷장은 짙은 밤색이 잘 나가죠. 중후하고 질리지 않기 때문에 신혼부부 뿐 아니라 40, 50대 중년에게도 인기가 좋아요.”

김 사장은 안방용 가구 색상으로 밤색을 적극 추천했다.

“거실에 둘 소파는 집 평형을 고려해야 해요. 평형이 작다면 밝은 색 가운데 벽지와 비슷한 제품이 좋습니다. 30평형대 이상이면 깔끔한 컬러로 포인트를 한번 줘도 되겠죠.”

거실에 놓을 TV 받침대는 안방 가구와 비슷한 밤색을 사되 소파는 밝은 색이 좋다. 소파가 어두우면 집 전체가 침침해 보이기 때문이다.

▽발품 파는 만큼 좋은 제품을 산다〓2시간 정도 돌아다니니 신혼가구 전문점을 5군데 이상 볼 수 있었다. 예비부부가 모은 명함에는 각 매장들이 제시한 가격이 빼곡이 적혀 있다.

“이제 어느 정도 감이 잡히네요. 가격대는 비슷하지만 제품 차이는 큰데요. 견고하고 디자인이 좋은 것으로 살 생각이에요.”

가구에 대해 초보자였던 이씨도 매장을 돌아다니는 사이 주워들은 지식이 꽤 쌓였다.

예비부부는 먼저 무늬목보다 원목을 사기로 했다. 무늬목은 겉만 나무결을 입힌 것으로 아무래도 견고성이 떨어진다. 소파도 웬만하면 물소가죽보다 소가죽 제품을 고르려 한다. 소가죽이 질기고 더 오래가기 때문.

“다른 친구들한테도 이 가구단지를 소개해 줘야겠어요. 서울에서 반나절이면 데이트도 하고 가구도 감상하고, 1석2조가 따로 없네요.”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