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땅 팔 생각없어요"…투자자들 성동변전소 부지 군침

  • 입력 2003년 2월 25일 17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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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땅 안 팔아요. 제발 믿어주세요.”

한국전력공사가 서울 성동구 마장동에 있는 성동변전소 부지 1만2000여평 때문에 때아닌 홍역을 치르고 있다. 땅을 팔았다는데 어떻게 됐느냐는 문의가 줄을 잇고 있어 정상 업무를 못할 지경이라는 것.

한전 서울전력관리처 관계자는 “변전소 부지와 관련한 전화가 하루에도 10통 이상 걸려 온다”며 “땅 주인은 아무 생각이 없는데 주변에서 ‘너무 큰 관심’을 보여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변전소 부지에 대한 문의는 ‘땅을 누구한테 팔았느냐’에서부터 ‘수의계약을 했다는데 특혜를 준 게 아닌가’라는 식의 음해성 수준까지 다양하다.

이 땅이 문제가 된 건 1996년 이곳에 있던 왕십리발전소가 철거되면서부터. 지금 남아있는 변전소도 곧 다른 곳으로 옮길 것이라는 소문이 일면서 일부 ‘토지 브로커’들의 집중 표적이 됐다.

브로커들은 한전으로부터 땅을 구입키로 내락(內諾)을 받았다며 토지 매수권에 프리미엄을 얹어 파는 사기 행위를 일삼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에 사실 확인을 요구하는 전화가 빗발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구나 이 땅은 아파트 단지에 둘러싸여 있는 데다 네모 반듯해 아파트 부지로는 더할 나위없이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지하철 5호선 마장역이 걸어서 5분 거리에 있고 내부순환도로도 가까워 교통여건도 좋은 편.

한전 관계자는 “변전소 이전은 3, 4년 뒤에나 생각할 일이며 땅을 판다고 해도 수의계약이 아닌 공매 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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