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익 0.5%만 풀었는데…법정관리 한신공영 15%깜짝배당

  • 입력 2003년 2월 17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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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어들인 돈의 200분의 1만 배당했는데도 시가기준 배당률이 은행 금리의 세 배를 넘는 회사가 등장했다.

지난해 법정관리에서 벗어난 건설회사 한신공영이 믿기 어려운 고배당의 주인공. 이 회사는 7일 공시를 통해 올해 주당 750원(시가배당률 15.1%)을 배당하겠다고 밝혔다.

도대체 어떤 마술을 부렸기에 전체 이익의 200분의 1만으로 이런 고배당을 할 수 있을까.

▽믿기 어려운 배당〓보통 주주 중시 경영을 하는 회사는 기업이익의 10∼40%가량을 배당으로 쓴다. 한신공영이 만약 전체 이익의 10%를 배당하기로 결정했다면 시가배당률은 300%가 된다.

게다가 최대주주는 배당을 받지 않기로 해 이번 배당이 소액주주를 위한 배려임을 내비쳤다. 이런 기대 덕인지 이 회사 주가는 공시 이전 3075원(6일)에서 17일 3580원으로 16%가량 급등했다.

▽숨어있는 사실들〓그러나 이 회사의 고배당이 앞으로도 지속되기는 어려울 전망. 한신공영이 지난해 낸 이익에는 몇 가지 함정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4593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2001년 1287억원 순손실을 냈던 것에 비하면 놀랄 만한 성적표.

문제는 장부상으로는 4000억원대 순이익이지만 실제 이 회사가 이만큼 현금을 손에 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1997년 부도를 냈던 이 회사는 지난해 11월 코암시앤시를 새 주인으로 맞으며 법정관리에서 벗어났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졌던 4300억원대의 빚을 채권단으로부터 변제를 받았다.

바로 이 변제액이 전부 지난해 한신공영의 순이익으로 잡혔다. 4593억원 순이익 가운데 대부분이 빚을 탕감받은 차액이다. 실제 벌어들인 돈(경상이익)은 253억원 정도.

▽앞으로 배당은〓게다가 이 회사가 올해 특별히 배당을 한 이유는 따로 있다. 이 회사 오선엽 기획팀장은 “지난해 감자 등 합병 절차를 거치면서 주주들이 손해를 입었는데 그에 대한 보상 차원으로 배당을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법정관리에서 벗어난 지 3개월이 채 안된 이 회사가 내년에도 올해 같은 고배당을 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지적. 대신 회사측은 “회사가 정상화된 만큼 앞으로 이익을 낸다면 꾸준히 주주들에게 돌려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처럼 엄청난 배당은 아니어도 조금씩은 배당을 하겠다는 설명.

결국 이익의 200분의 1만 쓰고도 시가배당률 15%를 넘긴 한신공영의 ‘고배당 신화’는 올해 반짝 지나가는 해프닝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한신공영 정상화 관련 일지 ▼

1997년 5월 30일 : 회사 정리 절차 개시 신청

2001년10월 31일 : 코암시앤시, 건설부문 우선 협상 대상자 선정

2002년 5월 10일 : 유통부문을 인적분할 후 매각

9월 18일 : 코암시앤시와 인수합병 (M&A) 투자 계약 체결

11월 6일 : 정리채무 완전 변제

11월21일 : 회사정리절차 종결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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