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애드 ‘과잉 배당’ 논란…순익 101억보다 많은 118억 책정

  • 입력 2003년 2월 11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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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이익을 모조리 배당으로 쓰는 게 주주에게 좋은 결정일까.

지난해 말 세계적인 광고회사 WPP에 인수된 LG애드가 최근 기업 순이익보다 더 많은 돈을 배당으로 주주에게 돌려주겠다고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배당은 기업의 이익을 주주에게 돌려주는 중요한 수단이지만 회사의 여유자금으로 하는 게 정석이다. 돈이 모자라는 상황에서 배당을 하거나, 기업의 이익을 모조리 배당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볼 때 주주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일이 많다.

LG애드가 새 주인인 WPP사의 투자원금을 조금이라도 빨리 회수해주기 위해 무리한 배당을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증시에서 나오고 있다.

▽갑절로 늘어난 배당금〓LG애드는 지난주 말 “올해 배당금은 주당 1000원이며 이는 지난해 주당 500원보다 갑절로 늘어난 액수”라고 밝혔다. 총배당금은 118억원으로 지난해 59억원의 두 배. 이는 지난해 LG애드가 벌어들인 순이익(101억원)보다도 많은 액수다. 순이익 가운데 얼마를 배당했는지를 나타내는 배당성향은 무려 116.5%다.

▽적절한 배당인가〓올해 배당이 이처럼 많은 이유에 대해 LG애드는 두 가지로 설명한다.

우선 광고회사는 제조업체와 달리 특별히 큰돈을 들여 재투자할 곳이 많지 않기 때문에 기업이익을 주주에게 최대한 많이 돌려주는 것이 당연한 도리라는 것.

게다가 유동자산에서 유동부채를 빼고 남는 현금성 자산이 500억원이 넘어 배당을 많이 하더라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 같은 설명은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 주당 500원을 배당했던 지난해에도 LG애드는 350억원가량의 현금성 자산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그때에는 순이익의 절반이 채 안 되는 돈을 배당했다. 1999년부터 2001년까지 이 회사는 한번도 순이익의 20%가 넘는 돈을 배당에 쓴 적이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올해 배당을 크게 늘렸다. 올해에만 유독 돈이 많이 남아 돈 게 아닌데도 이 같은 결정을 한 것.

게다가 번 돈을 모조리 배당으로 쓰는 게 기업가치에 나쁜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미래 회사 성장을 위한 재원까지 배당으로 쓴 에쓰오일(S-Oil)이 지난해 시장의 큰 질타를 받았던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외국계 회사가 최대주주로 오른 지 두달여 만에 순이익보다 많은 돈을 배당으로 쓰기로 결정한 것은 아무래도 이상하다”며 “LG애드가 ‘새 주인을 위한 선심 경영’을 하는 것으로 비칠 소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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