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힘' 차기정부서 더 세지나

  • 입력 2002년 12월 25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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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가 대선 공약과 당선 후 기자회견을 통해 강력한 ‘재벌개혁’ 의지를 밝힘에 따라 ‘칼자루를 쥐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대기업들은 공정위가 사법경찰권(강제조사권)을 가질 가능성에 대해 긴장과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시장원리를 중시하는 경제전문가들은 “지금도 공정위의 지나친 기업활동 간섭에 따른 부작용이 많기 때문에 차기 정부가 공정위의 권한을 더 강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공정위 권한 강화는 과도기적 정책인가〓노 당선자는 공약에서 “부당공동행위(담합) 근절과 부당내부거래 금지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공정위에 사법경찰권을 한시적으로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공정위의 현재 입장에서도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공정위는 사법경찰권 확보가 법무부의 반대에 부닥치자 “부당내부거래조사는 제외하고 부당공동행위조사에 대해서만 사법경찰권을 달라”며 한발 물러선 상태다.

노 당선자는 또 재계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정위가 유지시켜 온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시장기능이 확립될 때까지 폐지하지 않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노 당선자의 정책이 공정위의 권한을 무한정 늘리겠다는 것은 아니다.

출자총액제한제도와 사법경찰권제도는 한시적으로만 운영하고 공정위가 담합과 독점행위에 대한 고발권을 ‘독점’하는 현행 제도는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경제 검찰’ 기능은 소비자와 주주에게〓경제전문가들은 비록 공정위의 권한을 한시적으로 강화한다 해도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우려가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기구와 권한을 키우기는 쉬워도 줄이기는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

공정위의 몸집과 권한이 이미 적정선을 넘었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공정위는 1981년 처음 설치될 당시 인원이 75명에 불과했으나 90년 221명으로 늘었고 2001년에는 다시 2배에 가까운 416명으로 증가했다.

전용덕(田溶德) 대구대 경제무역학부 교수는 “공정위의 과다한 조사 때문에 기업의 자원 및 시간 낭비가 많고 국제경쟁력이 잠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또 “정부가 각종 인허가 및 면허권을 틀어쥔 채 산업분야의 독점구조를 양산하고 있다”면서 “공정위가 ‘싸울’ 대상은 기업이 아니라 독점구조를 만들어 내는 정부 내 다른 부처”라고 강조했다.

조동근(趙東根)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도 “공정위가 사법경찰권까지 가지면 악용될 가능성이 큰 데다 특정 부처에 권한이 집중된다는 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이제부터는 공정위가 아닌 소비자와 주주가 ‘경제검찰’ 역할을 해야 하고 그럴 만한 여건도 충분히 갖춰져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상당수 경제전문가는 공정위가 특히 김대중(金大中) 정부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지 않은 과오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천광암기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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