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불법복제 다시 '활개'

  • 입력 2002년 12월 25일 18시 38분


지난해 대대적인 단속으로 주춤했던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정품을 구입했던 기업들이 경기 불안감 때문에 지출을 줄이면서 불법 복제에 다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해는 불법 복제 방지와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소프트웨어 업체들만 애를 태우고 있다.

한 중견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인 A사는 “지난해 단속 기간에는 매출이 4배 가까이 늘었지만 올해는 간신히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IT업계의 전반적인 침체도 문제지만 기업들의 불법 복제가 매출 감소의 주요 원인이었다는 것이 회사의 판단.

기업용 그래픽 소프트웨어 제작사인 B사도 지난해 매출이 1000% 가까이 늘었다가 올해는 다시 이전 수준으로 떨어졌다. 개당 수만∼수십만원에 팔리는 일반 업무용 소프트웨어와 달리 이 회사 제품은 500만∼1000만원대의 고가(高價)이기 때문에 특히 불법 복제에 민감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오히려 지난해의 대대적인 단속이 회사 경영계획을 세우는 데는 ‘악재’로 작용했다”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성장계획’을 세워야 정상인데 2001년에 1000% 가까이 수익이 오르는 바람에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연달아 ‘마이너스 성장’ 계획을 세워야 할 형편이라는 것.

업계에서는 “지난해 정부가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 단속을 ‘전시용’으로 대대적으로 한 뒤에 후속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정보통신부 산하 프로그램 심의조정위원회는 “올해부터 상시 단속 체제로 운영돼 결과가 눈에 띄지 않았을 뿐”이라며 “특정 기간을 정해 놓고 대대적으로 단속했던 지난해에 비해 단속과 처벌 건수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는 “올해에는 단속이 산발적으로 이뤄진 데다 단속 대상도 일부 소규모 업체에 한정돼 단속 건수에 허수(虛數)가 많이 섞여 있다”고 말했다.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