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분기 소비체감 '꽁꽁'…유통업 경기지수 뚝 떨어져

  • 입력 2002년 12월 25일 18시 38분


“매출이 10월까지 전년대비 10% 이상 늘어나다가 11∼12월은 뚝 떨어져 감소세로 돌아섰다. 백화점 손님들도 지갑을 닫기 시작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신세계 백화점 기획팀 노은정 과장)

“편의점은 생필품을 주로 판매하므로 상대적으로 불황에 강한 편이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손님수가 눈에 띄게 줄면서 점포당 매출신장률이 크게 둔화됐다.” (편의점협회 김점욱 전무)

백화점 편의점 할인점 홈쇼핑 전자상거래업체 등 소매유통업체들은 밑바닥 체감경기가 썰렁해 벌써부터 내년 장사가 걱정이다.

이 같은 체감경기 하락은 가계대출 억제 등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과 함께 내년의 불투명한 경기전망 및 새 정부 출범에 따른 급격한 경제환경 변화를 우려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25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전국 855개 소매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내년 1·4분기(1∼3월)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는 85로 올 4·4분기(10∼12월)의 112보다 무려 24.1%나 급락했다. 지수가 100 밑으로 떨어진 것은 1년 만에 처음. 지수가 100을 넘으면 이번 분기 경기가 전분기에 비해 좋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이 더 많음을 의미한다. 100 미만은 그 반대라는 뜻.

업태별로는 백화점의 내년 경기전망지수가 81로 직전분기(165)에 비해 하락폭이 가장 컸다. 백화점은 경기가 나빠질 경우 손님수 및 매출이 눈에 띄게 감소하므로 사실상 비상체제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신년 세일 일정을 예년보다 일주일 앞당기는 것도 백화점 업계의 조바심을 반영한다는 것. 전자상거래업체와 홈쇼핑업체는 각각 지수 100을 웃돌아 내년 1·4분기에도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지만 소비위축 여파로 신장률은 크게 둔화될 것으로 우려했다. 고객수 및 1인당 구매단가 하락으로 고민하는 편의점업계는 내년에 2400여개의 점포가 신설될 예정이어서 점포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

올해 백화점 매출을 추월한 할인점은 “소비심리가 위축될수록 할인점 손님은 늘어난다”며 내년에도 고성장을 기대하는 눈치다. 이를 반영해 할인점 경기전망지수는 126으로 전분기(116)보다 유일하게 높게 나왔다.

롯데마트 장영태 영업전략팀장은 “내년 경기위축으로 백화점이나 전자상거래업체를 찾는 손님이 줄어든다면 할인점은 그 이상의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며 “최소한 올해 수준(10%대)의 신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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