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졸업 맥슨텔레콤 사장 "고통 참아준 직원덕에…"

  • 입력 2002년 12월 17일 18시 50분


“우리 마지막으로 한번 해봅시다. 회사를 그만두더라도 떳떳하게 걸어나가야 할 것 아닙니까.”

12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졸업하는 맥슨텔레콤. 80년대 후반 가정용 유무선전화기를 국내 최초로 내놓으며 각광을 받았던 이 회사는 그러나 90년대 중반 휴대전화기 시장에서 대기업에 참패, 외환위기가 터지자마자 부도위기에 몰리며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김현 사장(사진)은 당시 기획실장으로 있으면서 채권단의 요구로 맥슨 매각을 추진하다가 ‘회사를 팔아먹으려 한다’는 오해를 받고 사표를 냈다. 김 사장이 떠난 뒤 회사는 세원텔레콤에 매각됐지만 회사 사정은 계속 악화됐다. 핵심 인력이 잇따라 회사를 떠났고 수익은 계속 줄었다. 세원텔레콤에서 연락이 온 것은 2001년 1월.

“맥슨을 살려주셔야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한번 해보자”는 김 사장의 말에 당시 임직원 700명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이후 1년간 급여가 한번도 제때 나오지 않는 등 고통의 연속이었다.

김 사장은 사방팔방으로 돈을 구하러 다녔고, 나갔던 연구인력을 재입사시키며 연구개발(R&D)을 꾸준히 추진했다. 버림받은 시장에서 기대할 것은 기술력밖에 없었기에. 그러던 중 대박이 터졌다. 지난해 말 내놓은 유럽형이동전화표준(GSM) 휴대전화가 단박에 200여만대가 수출되면서 공장에 다시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

김 사장은 “워크아웃 기간 중 ‘회사는 함께 만드는 것’이라는 진리를 다시 깨달았다”며 “고통을 참아준 직원들이…”라는 말까지만 꺼내놓고는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한참 뜸을 들이다가 힘들게 입을 연 김 사장의 입술 사이로 “고맙다”는 웅얼거림이 희미하게 새어 나왔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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