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가구 저가공세 “어림없다”

  • 입력 2002년 12월 5일 17시 48분


“자꾸 베끼지마, 다쳐!”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는 가구 회사가 가장 골머리를 앓는 점은 저가(低價)의 카피(copy) 가구. 대형 가구업체가 비싼 돈 들여가며 새 가구를 내놓으면 얼마 안 가 비슷한 모양에 가격은 반값에도 못 미치는 카피 가구가 시중에 나온다.

카피 가구의 저가 공세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 부엌가구와 사무가구 시장의 강자 한샘과 퍼시스가 전혀 다른 전략으로 카피 가구의 저가 공세를 막아내 눈길을 끈다.

▽더 싸게 만들어주마〓부엌가구 시장의 최강자 한샘의 전략은 ‘맞불 놓기’다. 세트당 300만원 이상의 중고가 부엌가구에 전력하던 한샘은 지난해부터 전략을 수정, 저가 가구 시장을 직접 공략하기 시작했다.

카피 가구에 맞선 최전방 공격수는 지난해 3월 첫 선을 보인 세트당 110만원대의 밀란 시리즈. 카피 가구가 세트당 대략 100만원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가격 차이가 거의 없다.

밀란 시리즈는 출시 이후 월 평균 4000세트씩 팔리면서 한샘의 저가 가구 시장 점유율을 지난해 5%에서 올해 9%까지 높였다.

마진율도 10% 정도로 낮게 유지할 방침. 조금 덜 남기는 대신 소비자에게 싼 가격에 브랜드 가구를 공급함으로써 저가의 카피 가구가 덤빌 여지를 주지 않겠다는 전략.

▽최고급으로 만들어주마〓아무리 베끼고 싶어도 베낄 수 없는 첨단 기능의 가구를 내세우는 게 퍼시스의 전략. 사무가구 시장의 최강자 퍼시스의 주력 상품은 사무용품 책상인 퍼즐시리즈와 올해 5월 선보인 사무용 의자 아이티스.

퍼즐시리즈는 책상 끝부분을 푹신푹신한 우레탄으로 마감하는 첨단 기법, 아이티스는 의자 등받이 부분을 스펀지 대신 천을 그물망처럼 엮어 만드는 복잡한 기술을 사용했다.

두 제품 모두 높은 기술력이 필요해 겉모습은 흉내낼 수 있어도 ‘편안한 기능’까지는 절대 흉내낼 수 없도록 만들었다. 오랫동안 써보면 사용자들이 ‘역시 카피가구와 다르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급 제품을 만드는 게 퍼시스의 전략. 두 제품이 퍼시스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3%다.

동부증권 장영수 기업분석팀장은 “저가 카피 제품에 맞서기 위해서 기존 업체들은 ‘아예 싸거나’ ‘아예 고급으로 나가거나’ 식의 극단적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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