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억 대출은 상부 지시” 엄낙용前산업은행 총재

  • 입력 2002년 10월 4일 18시 19분


엄낙용 전 산업은행 총재가 산업은행의 현대상선 4000억원 대출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 안철민기자
엄낙용 전 산업은행 총재가 산업은행의 현대상선 4000억원 대출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 안철민기자
2000년 6월 산업은행이 현대상선에 4000억원을 대출해준 것은 상부의 강력한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는 사실이 새로 밝혀졌다.

엄낙용(嚴洛鎔) 전 산업은행 총재는 4일 산업은행에서 열린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취임후 이근영(李瑾榮) 금감위원장을 찾아가 ‘현대상선에 대한 4000억원 대출이 걱정된다’고 말하자 이위원장이 ‘정상적인 대출로 보기는 어렵지만 상부의 강력한 지시가 있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는 청와대에서 재경부와 금감위 산업은행 등에 강력한 지시를 내려 4000억원 대출이 이뤄졌음을 시사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엄 전 총재는 또 ‘청와대 경제장관회의에서 현대상선 대출문제를 공식적으로 다루지 않았다’는 정부측 해명에 대해 “당시 청와대 경제장관회의 말미에 이 문제를 거론했으며 이기호(李起浩) 전 대통령 경제수석은 ‘알았다,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고 반박했다. 엄 전총재는 특히 “김충식(金忠植) 현대상선 사장이 ‘이 돈은 정부가 갚아야 한다’고 말해 이를 김보현 국정원3차장에게 전하자 ‘걱정할 것 없다’고 말했다”며 “이후 김 사장을 여러 번 만났지만 더 이상 이의제기가 없었으며 현대상선이 상환 계획을 밝혀왔다”고 말해 청와대 회의 직후 정부측이 모종의 조치를 취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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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날 국감에서 한나라당 홍준표(洪準杓)의원과 자민련 이완구(李完九) 의원은 “현대상선이 2000년6월 산업은행 당좌대출 4000억원 가운데 1000억원은 증권사를 통해 자금세탁을 했으며 남북정상회담 발표가 있기 직전인 그 해 4월 산업은행 해외지점에서 3000만달러(약 390억원)를 인출해 정상회담 착수금으로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의원은 “현대상선이 2000년6월7일 인출한 4000억원 가운데 1000억원이 8일 교보증권에 입금됐다가 외환은행 여의도 지점을 거쳐 산업은행 본점으로 돌아왔다”며 “이는 명백한 자금세탁 행위”라고 주장했다.

한편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은 이날 금융감독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 박지원(朴智元) 당시 문화부장관이 북한계 일본인인 요시다 다케시(吉田猛) 신일본산업 사장을 통해 북한 아태평화위원회 송호경 위원장에게 자금지원을 약속했다”고 폭로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정몽헌회장 "4천억 대북지원 안했다"▼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은 3일(현지시간)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4000억원은 대북지원 자금이 아니며 따라서 북한 쪽으로 건너가지 않았다”며 “10일경 귀국하면 이와 관련해 증인으로 출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증인으로 출석해 달라는 국회 정무위원회(위원장 이강두)의 요구를 받기에 앞서 미국 출장에 나섰던 정 회장은 이날 밤 로스앤젤레스 남부 뉴포트비치 포시즌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출에 간여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하늘색 셔츠와 베이지색 면바지 차림으로 저녁식사를 하고 호텔로 들어오다 대기하던 취재진과 만났다. 그는 한차례 회견을 거절하기도 했다.

그는 이 4000억원을 계열사 주식매입에 썼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는 사실”이라면서 “당시 금강산사업 등으로 현대상선의 상황이 좋지 않아서 빚 갚는 데 투입됐다”고 말했다.

올 3월 현대상선 비상임이사로 선임돼 대외활동을 재개했던 정 회장은 “미국출장은 국회 정무위의 증인출석 요구 이전부터 예정돼 있었으며 경의·동해선 연결을 계기로 그 동안 추진해왔던 개성공단 사업과 관련해 시카고, 뉴욕 등지에서 관련기업과 상담을 벌여왔다”고 밝혔다.

로스앤젤레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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