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피플]25년간 ‘한우물’ MBC애드컴 김동희 본부장

  • 입력 2002년 9월 30일 18시 02분


“왜 사표를 내느냐고요? 몰라서 물으세요?”

9월 5일, MBC애드컴 창사 이후 처음으로 여성 크리에이티브 본부장에 오른 김동희씨(47). 그는 아직도 1985년 그때의 일을 잊을 수 없다.

77년 1월 4일, MBC애드컴 공채 1기 카피라이터로 입사해 ‘그날의 피로는 그날에 푼다’ 등 유명 카피를 만들어내며 승승장구했다. “잘한다” “최고다”, 칭찬은 수도 없이 들었지만 인정은 받지 못했다.

입사 7년차인 84년 대리 승진에서 제외된 그는 ‘그래도 지킬 것은 지키려니…’ 기다렸다. 그러나 이듬해 차장 승진에서 마저 대상에서 빠지자 그는 폭발했다. 사표를 들고 평소 그를 좋게 봤던 감사를 찾아갔다.

“모르니까 묻지. 갑자기 왜 그래?”

얘기를 들은 감사는 즉시 사장실로 달려갔고, 김 본부장은 사표를 낸 지 10분 만에 차장이 됐다. 대리는 건너뛰었다.

사장은 “보고를 받은 적이 없어 당신이 몇 년차인지조차 몰랐다”고 사과했다.

MBC애드컴에서 크리에이티브 본부장은 광고 기획부터 카피 작성, 실제 제작까지 총괄하는 총책임자급. 이직(移職) 전직(轉職)이 많기로 유명한 광고업계에서 25년 동안 한 번도 한눈을 팔지 않고 광고제작자로서 최고 자리에 오른 그는 “광고업계가 아니었으면 벌써 일을 떠났을 것”이라고 말한다.

남자가 만들었건, 여자가 만들었건 좋은 광고를 알아보는 눈은 한결같기 때문에 남녀차별은 저절로 극복되는 곳이 광고계라는 것이다. 하지만 헛되이 그를 붙잡고 늘어지는 보이지 않는 불이익과 시기 질투는 여전히 그를 귀찮게 했다.

“꼭 억울해 할 것만은 아닌 것 같더라고요. 참고 기다리면 곧 기회가 오고, 한 번 더 참으면 또 다른 기회가 오고….”

그가 만든 바카스 광고 카피 ‘젊은 날의 선택, 지킬 것은 지킨다’는 바로 그가 젊음을 사는 법이었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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