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 입력 2002년 9월 29일 17시 38분


에스원과 캡스가 양분하고 있는 국내 경비시장에 조용히 도전장을 던진 영국계 경비업체 k시큐리티코리아. 100% 영국 자본인 이 회사에는 영국인이 한 명도 없다.

이준구 사장. 그는 1999년부터 k 그룹의 한국진출 추진 업무를 담당하면서 2년간 시장 조사 끝에 ‘가능성 크다’는 결과를 본사에 전했다. 투자를 결정한 k은 그러나 본사직원을 파견해 임원진을 구성하고 직접 지사를 관리하는 ‘법석’을 떨지 않았다. 그 대신 철저하게 현지에 기반을 둔 ‘토종회사’를 만들기로 결정한다. 이 사장이 그 선봉에 섰다.

2001년 8월 k은 한국법인 설립과 동시에 우량 군소 경비업체 19곳을 인수했다. 현재 가입자 3만3000여명은 대부분 기존 경비업체 고객. 인수작업은 계속 진행 중이다.

이 사장은 “처음부터 새로 시작해 경비인력을 뽑고 트레이닝시켰다면 2004년경에나 첫 가입자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를 통한 민첩한 시장진입. k은 법인설립 1년 만에 매출 250억원을 올리며 국내 200여개 경비업체 중 에스원 캡스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세계적으로 매년 4조원을 벌어들이는 거대기업에 걸맞지 않은 초라한 규모지만 k은 보수적인 영국 기업답게 당분간 3위전략을 고수할 방침. k이 매출 1조원을 기록하며 1위를 달리고 있는 호주의 경우 최근 3년간 매출액에 변화가 거의 없었다. k 본사는 호주시장을 ‘포화상태’로 규정했다. 한국은 다르다.

이 사장은 “인구 1800만명의 호주에서 1등기업이 1조원에서 성장이 멈췄으므로 인구 4800만명의 한국에서는 1등기업인 에스원이 2조원은 벌어야 시장이 정체됐다고 단적으로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에스원의 올해 예상 매출은 약 4000억원. 업계에서는 현재 한국 경비 시장 규모를 약 1조원 정도로 보고 있으며 5년 이내에 5, 6배는 더 클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상황에서 3위자리만 지켜도 ‘파이’는 어마어마하게 클 것이라는 게 k의 판단이다.

이 사장은 내심 그 이상의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 1년간 3만3000여 k 고객 중 도난 사고를 경험한 사람은 단 8명. 그는 “어떤 신기술도 대신할 수 없는 맨투맨 고객관리와 신뢰도 유지가 경비업체 성공의 열쇠”라며 “184년 역사의 고객관리 노하우가 가져올 기대 이상의 효과를 보여주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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