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J출마 재계 반응]“괜한일에 얽히고 싶지않다”노코멘트

  • 입력 2002년 9월 17일 18시 33분


정몽준 의원의 대선출마에 대해 재계는 기업인 출신 대선후보에게 바라는 기대감과 정치역풍을 우려하는 정서가 교차하는 미묘한 반응을 보였다.

정 의원은 8월 하순부터 ‘재계의 월드컵대회 지원에 감사한다’는 이유로 구본무 LG 회장, 손길승 SK 회장 등을 만났으며 이웅렬 코오롱 회장, 손병두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등과 골프회동을 갖는 등 재계와의 접촉빈도를 높여왔다.

그러나 주요 그룹과 경제단체들은 정 의원 출마가 현실화된 17일 현대가(家)와 마찬가지로 공식적인 언급을 꺼렸다. 전경련이나 대한상공회의소 임원들은 “괜한 일에 얽히고 싶지 않다”며 코멘트를 거부했다.

LG그룹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정 의원이 현대그룹 출신이지만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상 대선후보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며 “다른 정치인들과 마찬가지로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의 원칙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이건희(李健熙) 회장은 12일 전경련 회장단회의 후 ‘정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좋다고 생각한다. 서민적이고 털털해 보여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그룹은 이날 이 회장 발언의 의미를 ‘의례적인 덕담’으로 축소하면서 입장표명을 거부했다. 한 관계자는 ‘현대가의 대선출마에 대해 삼성이 우려하고 있다’는 시장의 관측에 대해 “삼성은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SK그룹의 한 임원은 “기업인이 아닌 정치인이 대선출마 선언을 한 것일 뿐”이라며 무덤덤한 반응.

주요 그룹의 공식입장과 달리 경제인들은 기업인 출신의 대선후보에 대해 비교적 호감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어려움과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역할을 잘 이해하는 인물이 대선전에 뛰어들면 기업의 중요성을 정책 결정권자들에게 새길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기대감이다.

그러나 재벌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 정서가 있는 상황에서 재벌출신 인사가 권력까지 추구할 경우 국민여론이 ‘반재벌’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이명재기자 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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