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외국계투신사 시장잠식 급물살

외국계 투자신탁운용회사들이 투자자들의 돈을 맡아 주식이나 채권에 대신 투자해주는 투자신탁과 자산운용 시장을 급속하게 잠식하고 있다.

금융자산이 늘어나고 있어 자산운용 시장이 확대되고 있지만 국내 투신사들은 부실운용 등으로 신뢰를 잃어 외국계 진출이 더욱 빨라진 것.

17일 투신업계에 따르면 외국 자본이 경영권을 행사하는 외국계 투신사의 수탁고는 8월27일 현재 10조9836억원으로 전체 투신 수탁고의 6.63%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보다 6조2396억원(131.5%) 늘어난 것으로 외국계 비중도 2.98%에서 3.65%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주식형 수익증권 수탁고는 13.1배 많은 9906억원으로 늘어나 비중이 1.53%에서 10.3%로 높아졌다.

게다가 굿모닝투신운용이 조만간 영국의 프루덴셜그룹에 매각되고, 외국 금융기관이 20% 지분 참여한 국민투신(ING베어링) 한화투신(얼라이언스캐피탈) 대신투신(스미토모생명)의 수탁고를 합하면 외국계의 비중은 18.47%(주식형은 21.67%)로 높아진다. 프랑스계 BNP파리바가 조만간 신한투신운용의 경영에 참여할 예정이어서 시장 잠식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또 뮤추얼펀드를 판매하는 자산운용시장의 외국계 수탁고 비중은 25.75%에 이르렀다.

외국계 투신의 수탁고가 급증하는 것은 △영국의 쉬로더투신과 독일의 도이체자산운용이 한국에 투신운용사를 설립한데다 △모건스탠리 계열의 펀드 등이 국내 투신운용사를 매수하는 등 한국 투신시장에 적극 진출하는 데 따른 것이다.

반면 한국 대한 현대 등 국내 대형 투신사는 대우그룹 등의 대규모 부실채권으로 운용수익률이 낮아 신뢰를 잃어 외국계 투신운용사의 점유율 확대 요인이 되고 있다.

강창희 굿모닝투자신탁운용 사장은 “투신 고객의 투자성향이 단기적이어서 외국계 투신이 주식형을 적극적으로 판매하지 않고 있으나 증시가 회복되고 장기투자가 활성화되면 외국계의 투신시장 잠식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찬선기자 h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