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힐' 담배 생산 BAT코리아, 한국시장 점유율 두자릿수

  • 입력 2002년 9월 1일 19시 17분



외국산 담배로는 처음으로 두자릿수 점유율 기록, 일간지에 광고를 내 담배사업법 위반 경고, 밀어내기 등 대담한 마케팅으로 업계 시선 집중….

요즘 외국기업 가운데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곳은 단연 영국계 담배회사인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코리아다.

외국산 담배에 대해 그다지 너그럽지 않은 한국시장을 무서운 상승세로 파고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주목받을 만하다.

올 2월 외국산 담배로는 처음으로 두자릿수 점유율을 차지하며 ‘말버러’의 필립모리스와 ‘마일드세븐’의 JT인터내쇼날을 따돌리고 한국시장에서 외국산 담배업계 1위 자리에 올랐다.

대표 브랜드인 ‘던힐’은 2000년부터 2년 연속 200% 이상의 기록적인 판매증가율로, ‘디스’와의 점유율 격차를 2000년 초 30%포인트 안팎에서 7월 5.2%포인트로 좁혔다.

BAT코리아 존 테일러 사장은 한국에서의 성공 비결에 대해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찾으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한다.

소비재를 취급하는 외국기업들이 그렇듯이 BAT코리아는 소비자 기호(嗜好) 조사에 철저하다. 매년 2차례씩 수억원의 비용을 들여 전문조사기관에 소비자 기호조사를 맡긴다. 또 이와 별도로 매월 소비자 브랜드 조사를 벌여 흡연가들이 어떤 브랜드를 선호하는지를 조사한다.

브랜드 이미지 관리와 영업력 강화를 위해 1995년부터 직영체제를 갖춘 BAT코리아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한국 내 영업소를 늘려 현재 전국 주요도시에 19개 영업소를 갖추고 있다. 앞으로 5개 정도를 더 세울 계획.

BAT코리아는 또 담배업계 최초로 전화판매와 방문판매 기법을 도입해 재고가 떨어진 소매점에 수시로 제품을 공급하는 마케팅 전략을 쓰고 있다.

하지만 다른 담배회사나 소매상들은 BAT코리아의 영업방식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법으로 금지한 신문광고를 내거나 소매상들에게 제품을 떠안기는 ‘밀어내기식’ 영업방식을 취하는 등 불공정한 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던힐의 7월중 판매량은 전달에 비해 50% 정도 급증했다.

테일러 사장은 담배업계의 이런 평가에 대해 할 말이 많다.

신문광고의 경우 담배사업법에서 담배 제품 광고는 금지하고 있지만 기업 PR 광고는 허용하고 있고, BAT코리아의 광고는 PR 광고였다고 주장한다. BAT코리아는 5∼7월 주요 일간지에 광고를 냈다가 한국 정부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또 ‘밀어내기’를 한 것은 인정하지만 강매를 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경고 처분이 결정되기 전에 재정경제부로부터 ‘12개월간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는 공문을 받았기 때문에 밀어내기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테일러 사장은 “재경부의 공문을 받았을 때는 정말로 영업정지를 당하는 줄 알았다”며 “사실 BAT는 한국내 사업을 포기하는 사안까지 검토했었다”고 귀띔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한국에서 ‘뜨거운’ 맛을 본 BAT코리아가 앞으로 공격적인 영업방식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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