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쉼터]버추얼텍 서지현사장/시집 '지금 알고 있는걸…'

  • 입력 2002년 9월 1일 17시 45분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말하는 것에는/신경쓰지 않았으리라/그 대신 내가 가진 생명력과 단단한 피부를 더 가치있게 여겼으리라/….’

버추얼텍(www.virtualtek.co.kr) 서지현 사장(37·사진)은 “요즘처럼 여기 저기서 이말 저말 많이 들은 적은 없었다”고 말한다. 정보통신 기업인 버추얼텍이 제지회사 세풍을 인수하기로 한 것에 대해 “잘 생각했다, 뭐니뭐니 해도 ‘굴뚝’은 하나 있어야 한다”는 칭찬도 있지만 “한 우물만 팔 것이지, 당신이 뭐 ‘문어’냐”, 비난도 만만치 않다.

낙천적이며 직선적인 성격. 남이 뭐라든 마음먹은 일은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옹고집으로 회사를 이끌고 있지만 솔직히 요즘은 괴롭다.

직원들이 퇴근하고 난 빈 사무실, 주위의 칭찬과 비난이 얽힌 실타래처럼 머릿속을 메우려 할 때 그는 류시화의 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열림원)을 펴고, 같은 제목의 시를 읊조린다. ‘내가 가진 생명력과 단단한 피부를 더 가치있게 여겼으리라….’

서 사장은 “정보기술(IT)로 승부를 보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한다. 다만 “IT시장이 더욱 성숙하기를 기다리고, 때가 왔을 때 공격적인 경영을 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회사에 돈을 벌어 주는 ‘캐시카우’(Cash Cow)가 있어야 한다”는 것. 언젠가 주위 사람들이 “당신 판단이 맞다는 것을 그때 알았더라면…”이라고 말해주기를 바라며 그는 낡은 시집을 다시 책꽂이에 꽂는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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