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회장 '리모컨 특명'…"버튼 줄여 단순화하라"

  • 입력 2002년 8월 21일 18시 55분


《“리모컨도 하이테크 제품이다. 리모컨을 개선하라.” 이건희(李健熙) 삼성그룹 회장이 최근 이 같은 ‘특명’을 내렸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내부에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는 등 리모컨 개선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회장은 7월 중 삼성전자의 수원사업부와 서울 중구 태평로 본사에서 열렸던 선진제품 비교전시회를 둘러본 뒤 리모컨 기술개발을 ‘화두’로 던졌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전자제품의 수가 많아져 제품별로 다른 리모컨을 사용하는 것이 번거로운 데다 단추의 수가 너무 많고 기능이 복잡하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회장의 지시는 세계시장에서 1등 상품으로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기술개발의 관심권에서 벗어나 있지만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에게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리모컨 등 세부적인 부분에 관심을 기울이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모컨 제작기술은 전자업계에서 전형적인 ‘로 테크’로 취급돼 왔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유수의 전자업체뿐 아니라 소니 GE 등 세계적인 업체도 리모컨은 대부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중소기업에 맡기고 있다.

삼성전자는 국내외 경쟁기업들이 삼성의 리모컨 개선 연구를 눈치챌까 봐 극도의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대체적인 방향은 TV DVD VCR 에어컨 선풍기 등 다양한 전자제품에 두루 쓰이는 통합 리모컨을 개발해 복잡한 단추의 수를 줄여 사용하기 편하게 한다는 쪽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가 자랑하는 휴대전화 기술을 응용, 액정화면을 통해 메뉴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해 단추를 줄이는 방법, TV 내부에 컨트롤러 기능을 탑재해 메뉴화면을 보여줌으로써 TV를 통해 가전제품을 통합해 조정하는 방법 등이 검토되고 있다. 또 다양한 제품에 사용되는 리모컨의 적외선 주파수 채널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검토 대상.

한편 21일 미국의 바텔연구소는 ‘10년 후 가정생활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일 첨단제품’ 중 첫 번째로 온갖 가전제품과 냉난방까지 작동시키는 ‘만능 리모컨’을 꼽았다.

이 회장은 1995년에도 방송사에서 송출된 화면이 TV 수상기에 비쳐질 때 화면 좌우에서 각각 8㎜씩 잘려나간다는 사실을 알고 개선을 지시, ‘숨겨진 1인치를 찾았다’는 광고 카피로 유명한 ‘명품 플러스 원’ TV 탄생에 기여한 바 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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