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회장 재기 관심…현대車, 상선 車운송부문 인수

  • 입력 2002년 8월 6일 18시 14분


현대상선의 유동성 문제가 해결될 전망을 보이면서 정몽헌(鄭夢憲) 현대그룹 회장의 재기 가능성에 재계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6일 현대자동차 등에 따르면 현대 기아차는 스웨덴계 해운업체인 발레니우스빌헬름센(WWL)과 공동으로 페이퍼 컴퍼니를 신설한 후 현대상선의 자동차 운송부문을 인수키로 합의했다. 현대차는 앞으로 5년간 자동차 수출물량의 운송권을 새 법인에 주기로 했다. 신설법인은 자본금 3억달러로 WWL측이 80%, 현대차와 기아차가 20%를 각각 출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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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독점운송권 인정〓9일 맺어질 예정인 본계약의 내용을 살펴보면 통상적인 계약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현대상선이 그냥 자동차 운송부문을 파는 것이 아니라 현대차와 현대상선이 먼저 5년간 현대자동차의 수출물량 100%를 독점적으로 실어 나르는 장기계약을 하고, 독점운송권과 자동차 운송 전용선(72척)을 모두 신설법인에 넘기도록 돼 있다.

즉 5년간 독점운송권을 인정해 신설법인의 존립기반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거래를 성사시킨 것. 물론 독점운송권을 주는 대신 현대 기아차도 WWL과의 출자조건 협상에서 상당한 대가를 챙겼다.

한편 신설법인은 국내외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한 신디케이트론을 통해 매입대금 15억달러 가운데 7억∼10억달러를 끌어들이고 나머지는 WWL 등으로부터 조달할 계획이다.


▽현대상선의 경영정상화〓현대상선은 최근 3년간 연간 3000억∼4500억원 정도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어 단기 차입금 부담이 사라지면 경영 상태가 크게 개선된다.

6월말 현재 현대상선의 총부채는 4조9000억원으로 이 중 단기부채가 2조2000억원이며 나머지 대부분은 장기채무 성격의 LNG선박과 관련된 선박금융 부채다.

현대상선측은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신규 대출이 막힌데다 1조원 규모의 회사채가 차환발행되지 않아 큰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이번 매각을 계기로 회사채 차환발행 등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채권단 관계자도 “매각이 성사돼 현대상선의 구조조정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의 막후 역할〓이 같은 지원방안이 성사된 데는 현대상선의 구조조정에 일정 부분 간여하고 있는 금융감독위원회의 막후 지원이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위의 한 고위관계자는 “현대건설, 하이닉스의 구조조정과는 달리 현대상선의 경우는 회생 방안이 비교적 뚜렷해 올 초부터 적극적으로 추진됐다”며 “금감위가 현대차측을 설득하느라 꽤 애를 썼다”고 말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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