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재계 ‘폐암 공포’

  • 입력 2002년 7월 15일 17시 32분


박정구 회장                   최종현 회장
박정구 회장                   최종현 회장
박정구(朴定求) 금호그룹 회장이 65세의 나이에 폐암으로 별세하면서 재계가 다시 ‘폐암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일부 대기업은 지금도 모든 계열사 건물에서 흡연을 금지시키고 담배를 피우는 임직원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고 있으나, 박 회장의 작고를 계기로 금연 열풍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총수가 폐암 때문에 세상을 떠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SK그룹 창업주인 최종건(崔鍾建) 회장과, 형의 뒤를 이어 SK그룹 총수가 된 최종현(崔鍾賢) 회장이 모두 폐암으로 작고했다.

작고 당시 최종건 창업주는 44세의 젊은 나이였고 최종현 회장은 68세로 한창 일할 수 있는 나이였다. 특히 최종현 회장은 ‘단전호흡’으로 철저한 건강관리를 했지만 폐암 앞에서는 죽음을 막을 수 없었다.

1987년 타계한 이병철(李秉喆) 삼성그룹 창업주도 80년대 중반 폐암수술을 받았다.

다행히 치료가 잘 끝나 지금은 완치됐지만 정세영(鄭世永)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과 이건희(李健熙) 삼성그룹 회장도 1999년 국내에서 폐암수술을 받았다.

정 명예회장과 이 회장은 지명도가 높아 폐암치료 사실이 공개됐지만 발병 사실이 알려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치료를 받는 최고경영자(CEO)도 적지 않다.

경기 고양시 일산 국립암센터 이진수(李振洙) 병원장은 “환자의 비밀보호를 위해 공개할 수는 없지만 폐암 진단을 받은 사람 가운데는 이름을 말하면 알 수 있는 유명 기업인들이 상당수”라고 말했다.

이 정도면 ‘폐암은 항상 CEO를 노리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CEO들이 유독 폐암에 자주 걸리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MD앤더슨센터에 근무할 당시 박정구 회장, 정세영 명예회장, 이건희 회장 등을 직접 치료하는 등 폐암 분야의 최고 권위자 가운데 한 명인 이진수 병원장은 이렇게 분석한다.

▼“비공개 치료 CEO도 많아”▼

“남자가 폐암에 걸리는 원인은 90% 이상이 흡연입니다. 본인이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면 술자리의 ‘접대 문화’가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입니다. 술자리에서는 본인이 담배를 피우지 않아도 엄청난 간접흡연을 합니다. CEO 자리에 오르기까지 불가피한 술자리를 얼마나 많이 했을지를 한번 생각해보세요.”

이 병원장은 CEO들이 폐암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첫째도 금연, 둘째도 금연, 셋째도 금연”이라고 강조했다. 또 간접흡연의 폐해를 감안한다면 본인뿐만 아니라 다른 임직원의 흡연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 75세까지 흡연을 한 남성이 폐암에 걸릴 확률을 100%라고 할 때, 담배를 끊는 시기에 따라 그 확률은 △60대 초반 50% △50대 초반 20% △40대 초반 10%로 낮아진다는 것이 이 병원장의 설명이다.

천광암기자 iam@donga.com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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