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건설 CEO ‘脫 권위’ 새바람

  • 입력 2002년 6월 17일 17시 53분


건설업은 거칠다. 현장에서 벽돌을 나르는 인부의 숨소리가 거칠고, 지시를 내리는 간부의 어투가 거칠다.

사고 위험을 줄이려면 엄격하게 관리할 수밖에 없고, 공사기간을 단축시키려니 노동 강도가 셀 수밖에 없다.

일이 거칠기 때문인지 건설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은 대부분 강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다. 부하 직원들도 상사의 명령에 복종한다.

그러나 최근 건설업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나를 따르라’고 외치던 CEO들이 부하 직원들 목소리를 직접 챙기기 시작한 것.

3월 LG건설의 새로운 CEO로 선임된 김갑렬(金甲烈) 사장은 최근 사내 게시판에 ‘경영진과의 대화’방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직원들이 올린 건의사항을 여과 없이 직접 볼 수 있게 됐다. 실명제로 운영되고 본인 외에는 내용을 알 수 없어 철저하게 비밀도 보장된다.

이 회사 건축기획팀 이용섭 과장은 “조직 안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는 공간이 생겨 조직 분위기가 한결 부드러워졌다”며 “상사가 일방적으로 명령을 내리는 경영 스타일로는 더 이상 강한 조직력을 기대할 수 없는 현실을 반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코오롱건설 직원들은 수시로 민경조(閔庚朝) 사장을 인터넷 공간에서 만나게 된다. 민 사장이 사내 메신저로 실시간 채팅을 즐겨 하기 때문이다. 밤 늦게까지 일하는 직원들은 격려 메시지를 자주 받아 본다고 한다. 민 사장은 본인이 직접 홈페이지를 운영하면서 직원들과 e메일을 주고받을 정도로 사원들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현대건설 심현영(沈鉉榮) 사장은 집무실에서 팩시밀리로 직원들의 의견을 직접 챙길 뿐만 아니라 사원 목소리 청취용으로 고유 e메일까지 만들었다.

쌍용건설 김석준(金錫俊) 회장은 한 달에 한 번씩 부서원과 팀장, 담당임원이 모여 대화의 시간을 갖는 ‘프리토킹’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사원, 대리, 팀장, 임원이 번갈아 사회를 보며 주제를 정하는 점이 독특하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