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해외 CB-BW값 줄줄이 인하…기존 주주 피해 우려

  • 입력 2002년 6월 17일 17시 47분


코스닥증권시장이 약세를 보이면서 해외에서 발행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전환(행사) 가격이 줄줄이 하향 조정되고 있다.

이는 주가가 떨어질 경우 가격을 재조정할 수 있도록 한 발행 조건에 따른 것.

▽가격조정은 얼마나〓코스닥증권시장에 따르면 올 들어 14일까지 해외에서 발행된 CB나 BW의 주식전환(또는 행사) 금액이 많은 상위 15개 코스닥기업 중 9개 기업이 가격을 내렸다. 일부 종목은 올 들어서만 두 번이나 가격을 내렸을 정도.

하나로통신은 올 2월 BW를 발행하면서 3개월마다 행사가격을 낮출 수 있도록 했다. 즉, △1개월 거래량 가중평균 주가 △1주일 거래량 가중평균 주가 △전일 종가 등 3개 가격보다 기존의 행사가격이 더 낮을 경우 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 이에 따라 당초 7388원으로 결정된 행사가격은 3개월만에 5977원으로 낮춰졌다. 스탠더드텔레콤도 행사가격 조정일 직전 ‘5거래일’ 종가를 산술평균한 가격이 최초 행사가격보다 낮을 경우 60%까지는 낮출 수 있도록 하는 등 대부분의 해외발행 사채들이 가격을 재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가격 조정은 해외에서 사채가 쉽게 발행될 수 있도록 투자자(매입자)에게 ‘최저 가격’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

▽무엇이 문제인가〓이같이 불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해외에서 사채를 발행하는 이유는 △국내에서 발행할 때처럼 기업내용을 상세하게 공시할 필요가 없고 △부실채권시장이 형성돼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노근환 동양증권 리서치팀장은 “싼값에 주식전환권이 행사되면 기존 주주들이 피해를 본다”며 “불리한 조건 때문에 주가가 더 떨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신성호 우리증권 이사는 “해외에서 발행된 주식관련 사채들이 순수 투자자가 아닌 발행 기업의 특수 관계인이라는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기업들의 해외CB나 BW의 가격조정이 빈번하자 최근 행사가격을 30% 이하로 낮출 경우엔 발행시 정관에 명시하도록 규정을 강화했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2002년 해외전환사채 전환 또는 신주인수권부사채 행사 내용 (단위:원)
종목전환(행사)금액가격조정(일자)발행시기
하나로통신661억7388→5977(5/27)2001.3
스탠더드텔레콤397억1093→892(6/11) 1422→1093(5/28)2000.3
아큐텍반도체기술114억2950→2500(3/11)1999.12
월드텔레콤109억5727→5248(6/15)2001.8
한글과컴퓨터108억2760→2046(5/27)2000.3
한빛아이앤비98억-2001.7
반도체엔지니어링94억-2001.4
모디아91억-2001.5
대흥멀티미디어89억-2001.3
실리콘테크65억5050→4410(3/25)2001.7
쓰리알(3R)54억1648→1540(6/12) 1672→1648(3/14)2001.5
유니씨앤티40억2690→2043(1/18)2001.7
케이디이컴39억1435→1099(2/15)2000.2
현대디지탈테크39억-2001.3
브리케이(VK)36억-2001.4
가격조정은 올들어 이뤄진 내용만 포함했으며 전환금액은 14일 현재 기준. (자료:코스닥증권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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