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대기업 리더들]<27>대상그룹

  • 입력 2002년 5월 22일 18시 47분


대상그룹은 더 이상 조미료의 대명사 ‘미원’그룹이 아니다. ‘청정원’ ‘로즈버드’ ‘하이포크’ ‘웰라이프’ 등을 대표 브랜드로 거느리고 각종 장(醬)류, 냉동식품, 서구식품, 원두커피, 고급 돼지고기 등을 생산하는 종합식품회사이다.

1956년 창립이래 조미료로 승승장구했지만 지금의 면모를 갖추기까지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80년대 후반 이후 음료 호텔 분야로의 진출은 실패로 끝났고 90년대 불황과 외환위기로 한때 그룹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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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전문경영인의 지휘 아래 핵심사업을 신속히 매각하고 전문분야로 핵심역량을 집중해 위기를 기회로 바꾸었다.

▽전문분야로 승부한다〓97년은 그룹의 분수령. 이해 8월 대주주 임창욱(林昌郁·53) 회장은 고두모(高斗模·64) 당시 대상공업 사장에게 회장 자리를 물려주면서 전문경영인 시대를 열었다. 11월에는 ‘미원’ 대신 ‘대상’이라는 이름으로 그룹이 새로 출범했다. 발효기술을 토대로 한 종합식품회사로 방향을 전환한 것도 이 무렵.

과감한 그룹 재편이 시작됐다. 98년 초 알짜사업인 라이신 사업을 독일 바스프(BASF)사에 6억달러(당시 약 9000억원)에 팔면서 재무구조를 안정시켰다. 이 매각은 97년 말 추진해 불과 8주만에 계약했을 정도로 숨가쁘게 진행됐다.

대상교역 대상건설 대상마니커 대상음료 미란다 등 비 주력분야 5개 계열사는 ㈜대상으로 흡수 합병됐다. 이와 함께 발효와 식품사업에 투자를 집중했다. 99년 건강사업에 진출했고 대상사료㈜를 설립했다.

97년 20개 계열사에 매출액 1조5989억원, 부채비율 436.32%이던 이 그룹은 지난해 12개 계열사에 연 매출 1조8689억원, 부채비율 173.19%의 건실한 그룹으로 바뀌었다. 2000년 5개 계열사가 세원그룹으로 계열분리됐으나 그룹은 더 커졌다.

▽식품·발효분야 전문경영인〓고 회장에게서 자리를 물려받은 이덕림(李德林·63) 회장은 화학공학과 출신의 엔지니어. 97년 ㈜미원 대표에서 물러나 2년간 야인 생활을 하다 2000년 대상 사장으로 복귀했으며 지난해 3월 회장이 됐다. ‘청정원’ 브랜드 탄생을 주도했고 고객만족 경영을 화두로 삼고 있다. 상대방은 기억도 못하는 수년 전의 대화 내용을 예로 들 정도로 기억력이 좋다.

대상 경영지원본부장인 이행기(李r基·55) 부사장은 산업은행 출신의 재무·관리 전문가. 금융 경험을 바탕으로 외환위기 이후 그룹 구조조정의 밑그림을 그렸다. ‘마당발’로 통하며 술자리를 즐긴다.

임종부(林鍾夫·53) 대상식품 대표이사 부사장은 75년 입사해 주요 계열사의 기획 분야를 두루 거친 ‘전략기획통’. 남들은 생각 못하는 변수까지 고려하는 정교함으로 유명하다. 골프 실력이 ‘싱글’.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PT미원 인도네시아’ 대표인 윤용국(尹蓉國·53) 부사장은 먼저 진출한 일본의 식품회사 ‘아지노모도’를 누르고 조미료시장 1위를 굳혔다.

대상사료 대표 김일만(金一萬·58) 상무는 그룹의 최대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였던 98년 라이신 사업 매각을 주도해 그룹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대상수산 대표 권혁창(權赫昌·57) 상무는 일본 현지법인에서 10여년 근무한 ‘일본통’으로 일본과의 합작사업에 많이 관여했다.

대상농장 대표 정호철(鄭鎬喆·55) 상무는 ‘하이포크’로 국내에 고급 돈육시장을 연 주역.

식초를 전문 생산하는 미원 대표 임준희(林準熙·52) 이사는 20여년간 생산현장에서 일한 생산관리 전문가로 대상수산 대표시절 수산물 가공 자동화를 도입했다.

▽비식품 분야 전문경영인들〓에센디화장품 대표 정영준(丁暎埈·57) 부사장은 산업은행 출신. 그러나 영업본부장과 광고업체 상암기획(현 상암커뮤니케이션) 설립 멤버로 영업과 마케팅에서 성장했다. 선이 굵고 통솔력이 있다.

대상유통 대표 이명재(李明宰·55) 상무도 ‘영업맨’으로 만년 적자이던 편의점 미니스톱을 취임 1년 만에 흑자로 전환시켰다.

광고기획과 정보기술 분야는 ‘젊은 CEO’들이 이끈다. 상암커뮤니케이션 대표 최흥근(崔興根·43) 상무는 광고업계에서 지난해 8월 영입됐고 대상정보기술 대표 이문희(李文熙·38) 이사는 그룹의 유일한 30대 CEO이다.

▽대주주〓97년 대주주 임 회장이 당시 48세의 ‘젊은 나이’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재계 최연소 명예회장이 된 이후 대상그룹 임직원 가운데 대주주 친인척은 없다.

임 명예회장은 딸만 둘을 두었는데 지난해 두 딸에게 대부분의 지분을 넘겨준 상태. 현재 대상그룹의 최대주주는 14.42%를 소유한 둘째딸 상민(尙珉·22·대학 4년)씨. 지분 10.22%로 2대 주주인 장녀 세령(世玲·26)씨는 삼성그룹의 후계 예정자인 삼성전자 이재용(李在鎔) 상무보와 98년 결혼했다.

임 명예회장의 동생인 성욱(盛郁·35)씨는 2000년 계열 분리된 세원그룹의 회장. 남대문 메사와 세원중공업 등 5개 계열사가 있다.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대상그룹을 이끄는 전문 경영인
회사직위이름나이학력출신지
대상회장이덕림63광주일고, 서울대 화학공학 전북 전주
부사장이행기55고창고, 서강대 무역학전북 고창
에센디화장품부사장정영준57광주일고, 고려대 법학전남 영암
대상식품부사장임종부53성동고, 연세대 법학전남 보성
PT미원인도네시아부사장윤용국53광주일고, 서울대 경제학전남 해남
대상사료상무김일만58김제고, 성균관대 경영학전북 김제
대상유통상무이명재55대전상고, 성균관대 경영학대전
대상농장상무정호철55마산상고, 경남대 경영학경남 의령
대상수산상무권혁창57배재고, 연세대 영문학경기 이천
상암기획상무최흥근43환일고, 연세대 신문방송학서울
미원이사임준희52전주고, 전북대 화학공학전북 정읍
대상정보기술이사이문희38남성고, 서울대 경영학전북 고창
자료:대상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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