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대출카드 튀는 CF 눈길

  • 입력 2002년 5월 22일 17시 57분


“어라, 이거 광고가 뒤바뀐 것 아니야?”

지난해부터 10조원대 대출 전용카드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삼성캐피탈과 현대캐피탈은 최근 전통적 기업 이미지를 180도 뒤엎는 TV광고로 눈길을 끌고 있다.

세련미를 앞세워 온 삼성은 ‘국밥집 아줌마’편에서 서민을 위한 금융 서비스를 강조한 반면 뚝심을 자랑해 온 현대는 ‘춤추는 가수 박진영’을 등장시켜 “대출 받는 것도 당당하게 생각하라”는 메시지를 띄웠다.

▽삼성과 해장국〓삼성캐피탈의 TV광고는 허름한 국밥집에서 시작된다. 서울 경동시장 5평짜리 ‘안양 국밥집’에서 20년간 국밥을 팔아온 김춘자씨(54)가 “꿈이랄 게 뭐 있나요. 애들 공부 걱정 없이 시키면 되는 거지요”라고 말한다.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생활인’에게 삼성이 꿈을 이룰 수 있는 자금을 빌려준다는 광고의 컨셉트다.

이 광고의 특징은 출연 모델을 위한 ‘대본’을 준비하지 않았다는 점. 삼성캐피탈 손병관 과장은 “정해진 대본이 국밥집 아줌마를 딱딱하게 얼어붙게 하는 것보다는 스태프들이 카메라에서 자연스럽게 묻고 답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로 했다”고 말했다.

꼬박 4일간 진행된 촬영에서 김씨는 자녀 학자금 대출이 언급되는 대목에서 ‘극본에도 없는’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는 후문. 고교 때 장학금까지 받은 첫째가 대학 진학을 포기하는 바람에 생긴 응어리가 한꺼번에 터져 버린 것이었다.

손 과장은 “소액대출 희망자가 넉넉한 형편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동안 강조해 온 ‘1등’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김씨가 받은 출연료는 “무명 신인치고는 최고 수준”이라는 게 삼성측 설명.

“이미지 제고에 주력했다”는 삼성측 ‘엄살’과는 달리 광고를 전후로 삼성캐피탈의 대출카드를 받아 든 고객은 2001년 말 187만명으로 1년 사이에 100만명이나 늘었다.

▽현대와 화려한 댄스〓현대캐피탈이 속한 현대자동차 그룹은 현대그룹에서 분리되기 전부터 도전적이고 서민적인 인상을 남겨 왔다.

그러나 현대캐피탈은 시장을 정밀 조사한 결과 대출 희망자가 20대 후반, 30대 초반 직장인이란 결론을 내리고 ‘당당하게 빌리라’는 데 초점을 맞췄다.

광고대행을 맡은 ‘오월컴’ 백종호 차장은 “가구당 가계 빚이 2000만원인 상황에서 필요자금을 대출받는 것은 고개 숙일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흥겨운 노래와 화려한 춤동작’를 포인트로 삼았다”고 말했다. 제작팀 만장일치로 가수 겸 제작자 박진영을 모델로 결정했다. ‘현금 멋지게 드림’이란 광고문구가 박진영이 평소 보여온 당당한 자신감이란 이미지와 맞아떨어졌다. 삼성이 의외로 서민형 광고를 만든 것도 차별화 전략과 맞아떨어졌다.

소비자 금융시장이 급성장한 것과 맞물려 현대캐피탈도 올 5월 중순까지 대출액이 2조160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정소영 대리는 “‘자신 있는 대출’ 광고 영향으로 상품 이미지가 좋아졌다”며 “4개월 반 실적이 지난해 1년간 대출 총액과 맞먹는다”고 말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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