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생활속으로"…대대적 변신 추진

  • 입력 2002년 5월 20일 18시 33분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창립기념식 참석자들이 정운찬 교수의 기조연설을 듣고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안철민기자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창립기념식 참석자들이 정운찬 교수의 기조연설을 듣고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안철민기자
《지원자 감소로 어려움에 처한 국내 대학 경제학과들이 ‘서바이벌게임’을 벌이고 있다. 학과 이름을 바꾸는가 하면 교과내용을 고치는 등 다양한 ‘변신’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것.》

20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는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출범 행사가 열렸다. 올 봄 경제학부가 단과대학으로 독립하면서 이미 이름을 바꿨지만 이날 행사는 이를 대외에 알리는 자리. 경제학과에 ‘금융’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나 대학 출범행사를 가진 것이나 국내에선 전례가 없는 일이다. 금융을 적극적으로 경제학에 접목시키겠다는 것이 개칭(改稱) 의도다.

기조연설을 한 서울대 정운찬 교수는 “최근 경제학이 인기가 떨어지고 있지만 경제-금융의 결합 같은 새로운 시도를 통해 경제학의 영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양대 경제금융대는 2학기부터는 경영학 박사를 교수로 임용할 예정이다. 국내에서 경제학과에 경영학 전공자가 교수로 입성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 ‘경영학적 요소’를 적극 수용하겠다는 의미다.

경희대와 성균관대 등도 학과 이름을 ‘경제통상대학’ 등으로 바꿨거나 변경할 것을 검토하는 등 이런 바람은 여러 대학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경제학회를 중심으로 경제학 교과서를 바꾸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 학회의 류동길 숭실대 교수는 “기존 경제학 교과서가 너무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대안 교과서’를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제학회는 작년부터 ‘경제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세미나를 잇달아 열고 있다.

대학마다 지금까지 소홀했던 소비자와 기업에 대한 이해 등 실용 분야에 대한 강좌를 개설하는 경제학과들도 늘어나고 있다.

경제학(과)이 처한 어려운 사정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은 최근 연세대에서 벌어진 경제학과 교수들의 총장실 농성 사태. 상경대에 함께 소속된 경영학과가 경영대로 독립하려 하자 경제학과가 반대한 것. 어느 수도권 대학의 한 교수는 “경상학부 신입생 가운데 2학년 때 경제학과를 선택한 학생은 겨우 10% 정도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계량경제학 수강신청자가 1명도 없어 담당 교수가 실직한 사례도 있었다는 것.

한양대 홍종호 교수는 “경제학이 이론에 치우쳐 현실과 동떨어진 면이 없지 않았다”면서 “생활과 밀접한 경제학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재기자 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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