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현대車-대구百 ‘봄날’은 가나

  • 입력 2002년 5월 15일 17시 38분


코멘트
소비자에게는 독점기업이 좋을 리 없지만 주식투자자에게는 독점기업이야말로 안정적인 수익을 안겨주는 효자 종목이다. 특히 먼 장래를 내다보는 우량주 장기투자에는 경기가 좋으나 나쁘나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는 독점기업이 좋은 투자 대상.

현대자동차와 대구백화점, 이 두 종목은 한국 시장에서 독점의 혜택을 누린 대표적인 기업이다. 지난해 이후 한국 증시에서 하나의 투자 패턴으로 자리잡은 ‘우량주 장기투자 붐’과 함께 올해초까지 주가도 크게 올랐다.

그러나 두 회사 모두 대우차와 롯데백화점이라는 강력한 라이벌의 등장으로 더 이상 독점의 혜택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주가 상승세도 최근 한 풀 꺾인 상황. 두 독점기업의 주가가 본격적인 경쟁 시장 시대에도 가치주로서 성가를 높일 수 있을까.

▽현대자동차〓1998년 39.2%까지 떨어졌던 현대차의 승용차 내수시장 점유율(물량기준)은 기아 대우의 몰락에 힘입어 지난해 44.7%까지 회복했다. 현대가 지금 누리는 내수 시장의 독점적 지위는 경쟁사의 몰락이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앞으로는 경쟁다운 경쟁이 예고돼있다. GM에 인수된 대우차와 준중형차 시장 진입을 노리는 르노삼성 등이 현대차의 독점 아성에 도전할 준비를 마쳤다.

현대차에 대해 ‘강력 매수’ 등 찬사 일색이었던 증권가의 평가도 조심스럽게 바뀌는 추세.

김학주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의 자동차 내수시장 규모는 4개의 자동차 업체가 모두 살아남기엔 너무 작다”며 경쟁 심화를 우려했다. 최대식 서울증권 애널리스트도 “대우차가 본격 가동되고 상반기 자동차 업계의 호재였던 특소세 효과가 소멸되면 현대차의 하반기 내수시장에 공백이 불가피하다”며 투자의견을 ‘단기 매수’로 하향 조정했다.

▽대구백화점〓‘대백(대구백화점의 약칭)’은 대구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로 오랫동안 대구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렸다.

그러나 롯데백화점이 내년 대구 입성을 목표로 하고 있어 독점 체제는 곧 무너질 전망.

새로운 지역에 진출할 때 1년 정도 막대한 광고와 세일 공세를 벌이는 롯데백화점의 특성상 대백은 한동안 고전이 예상된다.

그러나 롯데의 입성으로 백화점 시장 자체가 커질 가능성도 있어 대백에 반드시 불리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평가. 현재 대구지역 소비 중 백화점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6%로 광역시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김호연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제대로만 대응한다면 경쟁시대 개막은 대백에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