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젠 경영혁명이다"…전문가들 한국구조조정 충고

  • 입력 2002년 5월 13일 17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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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구조조정에 대해 최근 외국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늘어나고 있는 것과 관련, “아직 갈 길이 먼데 구조조정이 마치 마무리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풍조가 퍼져가고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은 이제 구조조정의 터널에서 2단계를 빨리 마무리하고 3, 4단계의 경영혁명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80년대 미국과 유럽기업의 구조조정 역사에 대해 잘 알고있는 컨설팅업계 관계자들은 “부채를 줄이고 부실자산을 파는 형태의 축소지향형 재무구조조정이 끝나가면서 기업의 경영시스템과 전략에 변화가 일어나야 하는데 한국 기업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아직 미약하다”고 충고하고 있다.

딜로이트 컨설팅 코리아의 제임스 루니 부회장은 “구조조정 단계상 생산관리, 재무, 인사, 마케팅 등의 혁신으로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증대되는 변화가 일어나야 하는데 일부 기업에서만 이런 변화가 관찰된다”고 강조했다.

금융기관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 등 재무구조조정 단계에서는 정부의 역할이 크지만 경영혁명은 기업이 주도해야하는데 최고경영자(CEO)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경영혁명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것.

이런 상황에 대해 보스턴 컨설팅그룹의 이병남 부사장은 “한국의 대기업들이 컨설팅회사의 도움을 받거나 벤치마킹을 통해 전사적 자원관리시스템(ERP), 6시그마, 성과측정 등 수많은 경영혁신프로그램을 도입했지만 이를 제대로 실천하는 기업은 극소수”라고 설명했다.

모든 변화프로그램의 성공하기 위해서는 혁신의 결과가 조직의 말단직원까지 침투해야하는데 CEO의 확신과 리더십 부족으로 경영혁신이 한때의 유행에 그치고 있다는 것.

예를 들어 90년대 들어 대기업들이 ERP시스템을 앞다투어 도입했지만 비자금이나 회계장부에 기록할 수 없는 갖가지 비용문제, 각 기능조직의 반발 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수백억원의 투자비만 날린 곳이 많다.

대기업집단의 전문경영인의 수명이 너무 짧은 것도 문제. 루니 부회장은 “재벌기업 전문경영인의 평균 임기는 미국의 CEO보다 오히려 짧다”며 “전문경영인은 최소 3년 이상의 임기를 보장받아 자신의 직위를 걸고 경영혁신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가격경쟁을 통한 매출과 시장점유율 확대에만 익숙한 CEO들이 자산, 노동, 기술의 생산성을 높이는 경영에는 서툰 경우도 많다.

한국의 대기업을 인수한 외국계 기업관계자는 “경영의 필수도구인 관리회계시스템이 엉망인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그동안 조종사(CEO)는 계기판도 없이 감각에 의존해서 비행기(회사)를 조종해왔다는 것과 같은 말”이라고 비꼬았다.

특히 기업의 전략을 바꿔 회사가치의 비약적인 성장을 가져오는 경영패러다임 구조조정에서는 세계적 수준의 리더십이 필요한데 이런 수준에 접근한 한국의 CEO는 손으로 꼽을 정도라는 것이 이들의 평가이다.

현대경제연구원 김주현 부원장은 “재무구조 건전화보다 조직원의 사고와 행동방식을 바꾸는 경영혁신은 몇 배나 힘들다”며 “CEO가 확신을 갖고 변화를 주도하지 않는 한 경영혁신은 성공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한국의 구조조정 4단계
 해야할 일현 상황단계별정부역할비중단계별기업역할비중
1단계:긴급한 문제들의 수습유동성 문제 해소, 자본 확충, 부실자산처리, 기업가치에 대한 인식전환40∼50%75%25%
2단계:가치파괴의 중지전망 없는 사업정리, 불필요한 인력정리, 휴면(休眠)자원 발굴30∼40%50%50%
3단계:경영시스템의 전환수익성 중심경영, 회계투명성, 효율적인 기업지배구조 확립, 금융기관의 건전한 기업감시5∼10%25%75%
4단계:경영패러다임의 전환전략적 사고를 가진 리더십, 창조성, 글로벌 경쟁에서의 경쟁력1∼5%-100%
자료:딜로이트 컨설팅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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