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넘치는 이익 ‘자사주 소각’이 해법”

  • 입력 2002년 4월 28일 18시 05분


‘이익이 많이 나 돈은 쌓여있는데 쓸 곳은 마땅치 않고….’

수익성 높은 기업들이 쌓인 돈을 놓고 즐거운 고민에 빠졌다. 금융자산으로 운용하는 것은 물론 재투자를 해도 수익성이 지금보다는 떨어지기 때문이다. 현재의 수익성이 워낙 좋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 결국 자사주 소각(감자)이 ‘고민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자사주 매각은 기업의 주가가 떨어질 때 주가를 억지로 끌어올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방안이었으나 최근 초우량기업이 나타나면서 자사주 매각의 양상이 달라지고 있는 것.

삼성증권 황영기 사장은 최근 “5월 정기주주총회 때 배당을 하지 않고 자사주 530억원어치를 소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자기자본이 줄어든다. 자기자본이 줄어들면 기업의 자본효율을 나타내는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아진다. 이는 주가 상승과 주주이익 극대화로 이어진다. 삼성증권 재무팀 이병창 과장은 “우량 금융 증권사들은 대부분 재투자를 하더라도 ROE보다 높은 수익률을 얻기 힘들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비슷하다. 사상 최고실적 덕분에 연말이면 현금이 6조원 이상 쌓일 전망이다. 이 회사의 2002년 추정 ROE는 27.4%. 이익을 재투자해서는 이 정도의 수익률을 얻기가 힘들다. 삼성전자는 올 들어 5000억원으로 자사주를 매입했으며 추가로 5000억원 정도를 사들일 예정이다. 모두 소각할 가능성이 높다. 조흥은행 LG증권 대신증권 등도 자사주 매입을 검토하고 있다.

시장 반응도 좋다. 한화증권 이창호 책임연구원은 “올 들어 자사주를 매입한 기업의 주가상승률이 시장 평균 주가상승률보다 30% 이상 높다”고 밝혔다.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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