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신사 ‘특허펀드’ 희비

  • 입력 2002년 4월 8일 18시 35분


“따라하지 마. 다쳐.”

한 투신사가 공들여 개발한 독창적인 펀드를 경쟁 회사가 일정 기간 동안 베끼지 못하도록 하는 ‘배타적 우선판매권’ 제도가 속속 결실을 거두고 있다.

투신협회가 구성한 상품심의위원회는 이달 초 한국투신운용이 개발한 ‘자녀미래설계 장기채권투자신탁’에 대해 1개월 동안 배타적 우선판매권을 부여했다. 일종의 특허권을 준 셈이다.

▽펀드의 특허권〓이 펀드는 투자자에게서 모은 돈을 채권에 투자한 뒤 원금과 수익금 등을 투자자에게 자녀 교육비와 결혼자금 등으로 지원하는 장기 투자 상품. 부모들의 장기 투자를 유도해 자본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점이 인정됐다.

투신업계 관계자 5명과 교수 변호사 등 외부 전문가 5명으로 구성된 상품심의위원회는 이처럼 독창성 투자비용 투신 및 자본시장 발전에 대한 기여도 등 세 가지 기준에 따라 권리를 줄 것인지를 결정한다.

올해부터 제도가 시행된 후 8일까지 4개 펀드가 권리를 얻었다. 미래에셋투신운용이 개발한 ‘미래에셋 시스템-캡 펀드’는 지난달 14일부터 판매돼 916억원어치가 팔렸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이 상품은 주식에 투자해 일정한 수익을 올리면 채권형으로 전환되는 전환형 펀드인데 파생상품을 이용해 손실의 일부를 회피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엇갈린 희비〓너무 새롭다는 이유로 팔리지 않는 상품도 있다. LG투자증권은 1월22일 제도 시행 후 처음으로 ‘LG Macro System 혼합투자신탁’의 우선판매권을 얻었지만 상품을 팔지 못하고 권리기간인 1개월을 넘겼다.

이 상품은 국내총생산(GDP) 등 주요 거시 경기지표에 따라 자금을 투자하는 전혀 새로운 개념의 펀드. 회사측은 이 펀드에 투자할 기관투자가를 물색했지만 “전례가 없는 모험적인 펀드에 투자하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삼성투신운용의 ‘Silver Best 혼합투자신탁’은 때를 잘못 만난 케이스. 회사측은 삼성증권 등 판매회사 여러 곳과 펀드 판매를 준비했다.

그러나 주가가 계속 올라 주식형 펀드가 인기를 끌자 판매회사들이 “주식형부터 집중적으로 팔아야 한다”며 출시를 늦추자고 주장했다는 것.

LG투신운용은 투자자를, 삼성투신운용은 때를 기다리고 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배타적 우선판매권 부여 현황
회사 및 펀드결정일(기간)인정된 특성
삼성투신운용Silver Best 혼합투자신탁1월22일(3개월)50세 이상이 노후 준비를 위해 가입하는 고배당 장기투자상품
LG투신운용LG Macro System 혼합투자신탁 〃 (1개월)국내총생산(GDP) 등 주요 경제지표에 따라 투자하는 펀드
미래에셋투신운용미래에셋 시스템-캡 펀드3월5일(3개월)파생상품으로 손실의 일부분을 회피할 수 있는 전환형 펀드
한국투신운용자녀미래설계장기채권투자신탁4월3일(1개월)채권에 투자해 자녀 교육비 및 결혼자금 등을 주는 장기투자상품
자료:투자신탁협회 및 각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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